日, 석유화학 제품도 '중요물자' 지정 추진…호르무즈 봉쇄 후폭풍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전 11:0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석유 및 천연가스에서 파생되는 화학 제품들을 경제안보상 중요물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6주 넘게 이어지면서 관련 물자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들도 수출 중단·매점매석 단속·가스 배분 조정 등 다양한 형태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원유를 넘어 화학 원료·비료·산업 소재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사진=AFP)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2026회계연도 안에 석유·천연가스에서 파생되는 화학 제품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상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정 대상으로 검토 중인 ‘범용 화학 제품’에는 석유 유래의 에틸렌·프로필렌, 천연가스 유래의 메탄올 등 기초 화학품과 합성고무·의약품 원료 등 중간재가 포함된다. 이들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도료, 전자재료 등의 원료로 자동차·전기전자·의료 등 광범위한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다.

중동 긴장 고조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및 파생 제품의 수입 비중은 2024년 20%를 넘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 이어, 나프타 외 석유 유래 화학 제품으로도 공급 불안이 번지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축전지·산업용 로봇·반도체 등 16개 품목을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하고 있지만, 화학품은 반도체 제조용 헬륨 등 특정 용도에 한정돼 있었다. 이번에 범용 화학 제품을 추가해 공급망의 상류·중류까지 경제안보 대응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중국은 5월부터 황산 수출을 사실상 중단할 방침이다. 황산의 핵심 원료인 유황은 석유·가스 정제의 부산물로, 세계 해상 유황 교역의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하지만 이란의 해협 봉쇄로 물량이 끊기면서 유황 가격이 약 70% 급등했고, 중국 내 황산 생산 자체가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구리·아연 제련 부산물인 황산 수출을 차단하고, 줄어든 물량을 국내 비료 생산과 광업에 우선 배분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식량 안보를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인산 비료 수출을 중단한 상태였다. 전쟁 발발 이후에는 이 기조가 한층 강화돼 지난달 중순에는 질소-칼륨 비료 혼합물과 일부 인산 비료의 추가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한국의 대응도 발빠르게 이뤄졌다. 나프타 수입의 5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전쟁 초기부터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출을 금지했다. 대다수 석유화학 업체들이 정상 가동 기준 약 2주치 재고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서다.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자일렌 등 나프타 유래 7대 기초 원료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조치도 시행, 비축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8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상한을 설정했다.

인도도 석유화학 분야에서 직접적인 조치를 취했다. 인도 정부는 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하고 가정용 연료를 우선 배분하도록 지시했다. 화학 제품 생산을 줄여서라도 생활 필수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결단이다. 요소 비료도 국내 공급 최우선으로 전환하고, 비료 제조업체에 천연가스 수요의 약 70%를 우선 배분하고 있다. 다만 카타르발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의 비료 공장 일부는 이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충격이 확산 중이다. 싱가포르 PCS, 인도네시아 찬드라아스리, 대만 포모사플라스틱 계열 대만석유화학 등이 잇따라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아시아 석유화학 공장들은 나프타 원료의 70~80%를 중동에서 조달해, 호르무즈 봉쇄가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다.

미국 화학학회 발행 C&EN에 따르면 이번 위기로 인한 글로벌 에틸렌 생산 차질은 세계 생산량의 약 12%에 달한다. 다우케미컬의 짐 피터링 최고경영자(CEO)는 “석유화학 제품은 호르무즈가 재개방되더라도 비료·석유·가스 뒤 순서”라며 “공급망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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