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서클 CEO의 '24시간 방한'이 보여준 것

재테크

뉴스1,

2026년 4월 17일, 오전 07:00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의 제레미 알레어(Jeremy Allaire)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SJ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의 제레미 알레어 창립자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사실상 '만 하루'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일정은 숨가빴다. 주요 은행과 카드사, 핀테크 기업까지 10여 곳 이상이 참석한 오찬에 이어 국내 양대 거래소 업비트·빗썸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저녁엔 기자간담회와 자체 행사에 연사로 나섰고 이틀날 오전에는 코인원과 카카오를 만난 뒤 곧장 출국했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을 사실상 모두 만난 셈이다.

이처럼 금융권이 알레어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선 건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USDC를 유통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금융 시스템 전반이 블록체인 위로 이동 중인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고군분투였다.

실제로 서클과의 논의는 USDC 활용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금융권은 서클과 '자산 토큰화'까지 논의를 확장했다. 해외에서는 채권·주식·금 등 모든 자산이 이미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시장 개화를 대비해 서클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것이다.

자산 토큰화를 위해서는 그 기반인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필수다. 이번 방한 일정 동안 서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도 줄을 섰다.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온체인 금융' 인프라 전반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한국 금융의 현재 위치다. 경쟁사인 테더가 규제 밖에서 성장한 것과 달리, 서클은 규제 테두리 안에서 자리잡은 기업이다. 금융 선진국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온체인 금융을 선도하는 기업 하나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서클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현실적인 '참고 모델'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온체인 금융을 '주도'하는 입장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자인 서클을 통해 방향을 학습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

자산 토큰화나 스테이블코인도 자체 모델을 구축하기보다는, 이미 인프라를 갖춘 서클과 협력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제도 공백까지 겹쳐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은 물론, 토큰화 자산의 법적 성격조차 명확하지 않아 금융사들은 손발이 묶여있는 신세다. 글로벌 금융은 이미 '온체인'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제자리다.

결국 수많은 금융사들이 몰린 이번 알레어의 방한은 한국 금융 및 가상자산 업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알레어는 이번 방한에서 채권, 머니마켓펀드, 신용상품까지 모든 금융 자산이 블록체인 위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국가가 결국 자국 통화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게 될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글로벌 금융은 이미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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