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도 안 되는데…청약 포기 ‘통곡의 벽’ 된 고분양가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05일, 오후 05:58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청약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당첨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고분양가와 대출규제 ‘이중 압박’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5일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래미안 엘라비네’는 5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래미안 엘라비네는 지난달 272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이 중 56가구(20.6%)가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해당 무순위 청약에는 56가구에 1209명이 몰리며 2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래미안 엘라비네는 ‘강서구 첫 래미안’이라는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분양가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래미안 엘라비네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8억 4800만원으로 역대 강서구 분양 단지 중 최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는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고분양가임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후 당첨자들이 잇따라 계약을 포기하는 현상이 벌어지며 청약 열기와 계약률 사이의 괴리를 보여줬다.

이 단지 뿐만 아니다. 지난 1월 분양한 경기 성남 ‘더샵 분당센트로’는 전용 84㎡ 기준 최고 21억 8000만원의 분양가가 나왔지만 1순위 평균 51.3대 1, 특별공급 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이 흥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첨자 다수가 계약을 포기하며 84가구 중 50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경기 안양 만안구 ‘안양역 센트럴 아이파크 수자인’ 역시 고분양가 논란 속 평균 10.29대 1로 청약에 흥행했지만 계약 취소가 이어지며 28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고분양가를 지목한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분양가 자체가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제외한 지역들, 특히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는 인근 단지들보다 높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래미안 엘라비네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18억 4800만원에 달하는데 동일 평형으로 인근 시세는 20억원 정도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대출규제까지 겹치며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영끌해보자’는 식으로 청약에 넣었다가 당첨된 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울며 겨자먹기로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약에 당첨된 이후 당첨을 포기할 경우 통장 재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불이익이 있지만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자금 조달 계획 자체를 검토해보지 않고 넣었던 경우는 대출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워낙 고분양가이다 보니 당첨돼도 옵션 넣고 취등록세를 낼 경우 주변 시세보다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어 고민하다가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청약 흥행 이후 계약 포기를 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가와 인근 아파트 시세가 비슷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낮춰 청약 한 번에 즉각 완판되기보다는 입주 전까지 재분양을 통해 어떻게든 사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분양가가 낮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심 위원은 “래미안 엘라비네도 20% 가량 물량이 나왔고 재분양하다보면 입주 때까지는 소진될 것”이라며 “강남 3구나 용산 같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빼고는 무순위 청약이 계속해서 나오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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