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내 집 있다면”…서울 소형 아파트 인기 이어진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전 05:06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서울 마포구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30대 A씨는 최근 강북구 59㎡ 규모 아파트 가계약금을 냈다. A씨는 “곧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에 지금이 내 집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서울 안에서 찾기 힘든 전셋집을 알아보느니 좀 작더라도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작더라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가 소형 아파트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대출 규제와 가격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소형 면적이 실수요의 대안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전용 60㎡ 이하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2907건으로 전체 거래(6176건)의 47.1%를 차지했다. 아직 거래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추가 증가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앞서 3월에도 2600건대 거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은 뚜렷한 확대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6월 38.4%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소형 아파트 비중 확대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 7월 41.6%, 8월 47.4%까지 상승한 뒤 12월에도 45%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42.7%, 2월 42.6%를 기록한 뒤 3월과 4월 모두 47%대를 유지하며 상승 흐름이 재확인됐다. 거래 구조 자체가 소형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대 6억원 수준의 대출 한도 내에서 매입이 가능한 주택을 찾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는 것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이러한 흐름은 외곽 지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4월 기준 소형 아파트 거래는 노원구가 53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 258건, 성북구 173건, 구로구 171건, 중랑구 157건 순으로 집계됐다. 1분기(1~3월) 기준으로도 노원구 1374건, 강서구 540건, 구로구 447건, 성북구 447건, 은평구 410건 순이었다. 비교적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유입되는 양상이다.

수요 집중은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노원구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59㎡는 지난 달 18일 9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5단지래미안’ 전용 59㎡ 역시 지난 달 25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중저가 지역 소형 아파트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가격 지표에서도 소형 강세가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기준 전주 대비 가격 상승률이 가장 큰 아파트는 40㎡ 이하로 0.24% 올랐다. 40㎡ 초과~60㎡ 이하도 0.20% 올라 면적이 작을수록 상승폭이 컸다. 국민평형(84㎡)이 속한 60㎡ 초과~85㎡ 이하는 0.17% 올랐다.

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소형 아파트가 실수요의 핵심 선택지로 부상하면서 거래와 가격 모두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젊은 세대들이 살 수 있는 집은 현실적으로 소형 평형대 중심”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자금 조달 범위 내에서 내 집을 갖고 싶어하는 ‘주거 안정’ 수요가 작은 아파트를 향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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