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낀 집 다 풀어준다”…토허제 실거주 유예 전면 확대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전 11:31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세 낀 매매’ 허용 범위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시장에서 제기된 매물 잠김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는 “갭투자 허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토허제 실거주 원칙이 사실상 일부 완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향후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보유세 개편을 앞두고 시장에 미리 매도 기회를 열어주는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국토교통부는 12일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전세권 설정 포함) 주택을 거래할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하는 대상을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다주택자가 매도하는 일부 주택에만 실거주 유예가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 적용된다.

현재 토허구역에서는 주택을 매수하면 허가 후 4개월 내 입주해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발표일인 5월 12일 기준 이미 임대 중인 주택이라면 세입자 계약 종료 시점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된다. 단,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허가 후 4개월 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한다.

실거주 유예를 받더라도 최종 입주 시한은 2028년 5월 11일까지다. 이후에는 기존 토허제와 동일하게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취득가액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의적인 허위·부정 거래로 판단되면 허가 취소와 거래 무효까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갭투자 허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발표일인 이날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만 매수가 허용되고 이날 이후 집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이번 유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미뤄지는 것”이라며 “토허제의 큰 틀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매물 출회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구체적인 효과를 수치로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만큼 강한 압박 수단은 아니지만 상당한 매물 출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서울 내 비거주 1주택 규모와 관련해 시장에서 약 83만가구 추정치가 거론됐지만 다주택자 물량까지 포함돼 있고 공식 통계도 아니다”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거래 숨통이 일부 트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대부분이 1주택자인 만큼 세 낀 물건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매물대가 촘촘해지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토허제 실거주 유예가 확대되더라도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기존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비거주 1주택자가 상당한 규모로 추정되는 만큼 잠재적인 매도 저변이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양도세 중과 유지와 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를 허용하더라도 대출 규제는 완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12억원짜리 아파트에 7억원 전세가 끼어 있다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로 인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어렵다. 결국 상당한 자기자본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퇴거자금대출 등은 지난 2월 12일 발표 내용과 동일하다”며 “추가적인 대출 규제 완화 계획은 현재 없다”고 언급했다.

더 큰 우려는 전월세 시장에서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으면서 전세 물량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세와 매매 시장은 가격대와 지역, 수요층이 달라 단순히 ‘비거주 1주택자 매물 1 공급=전세 수요 1 감소’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월세 수요가 중저가 지역으로 밀려날 경우 해당 지역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면 결국 무주택자가 되기 때문에 주택 매수 수요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총량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기존 전월세로 살던 무주택자가 매수로 전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수요도 함께 빠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조치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임차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고가보다는 중저가 주택 위주로 수요가 더 발생할 수 있고 시장 조정 과정에서 일부 마찰적 부분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형평성 보완’ 이상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등록임대사업자 양도세 혜택 축소와 비거주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하는 가운데 세제 강화 이전에 시장에 “팔 수 있는 출구는 열어줬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남 연구원은 “향후 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 축소와 보유세 강화가 함께 추진될 경우 장기 보유 고령 1주택자를 중심으로 다운사이징 목적의 매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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