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묻힌 韓 스테이블코인 입법…美 지니어스법은 '카운트다운'

재테크

뉴스1,

2026년 5월 14일, 오전 06:00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법'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디지털자산 질서 재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지방선거 정국에 밀려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송금 인프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를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우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내년 1월 18일 또는 최종 공표 후 120일 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선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인허가와 준비금 관리, 이용자 보호 체계 등을 담은 법안이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가상자산이 아니라 달러 패권을 확장할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주요국들도 관련 산업 육성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감독 체계를 마련했고,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규제 조례에 따라 HSBC와 앤커포인트파이낸셜에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거래용 토큰을 넘어 실물경제와 연결되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발행 주체와 준비금 규제 등을 둘러싼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최근 국회가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며 스테이블코인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법안은 발의 단계에 머물러 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업계, 정치권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국회 원 구성까지 맞물릴 경우 관련 논의가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 논의만 반복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국회 일정까지 겹치면 입법 타이밍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지니어스법 시행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대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글로벌 결제망과 송금, 토큰화 시장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한국이 뒤늦게 대응에 나서더라도 주도권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화가 늦어질 경우 관련 기업과 자본, 인재가 규제가 명확한 해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은 홍콩·싱가포르 등 제도 정비가 빠른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지연될수록 국내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입법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테더와 리플 등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해외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토큰화 시대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무역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글로벌 결제와 송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티모시 신 DCGG 한국 정책 총괄은 "외국 기업들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을 원한다"며 "한국이 글로벌 사업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대화한다면 경쟁력 있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단위 금융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지니어스법 시행 전에 최소한의 방향성이라도 마련하지 못하면 글로벌 흐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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