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동산 비중 큰 韓, 금융구조 전환 시급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14일, 오전 06:01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금융이 담보 중심인 가계·부동산으로 가는 구조에서는 자금이 성장 부문으로 흐르지 못합니다.”

신관호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의 구조적 한계를 ‘자금 흐름의 왜곡’이라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자금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 금융은 성장 부문으로 자금을 흘려보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6월 열리는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토르스텐 벡 유럽대학연구소(EUI) 교수와 함께 ‘힘의 재편과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신관호 한국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신 회장은 ‘생산적 금융’을 단순히 기업 대출을 늘리는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의 본질은 결국 자금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능”이라며 “중요한 건 돈을 어디에 많이 푸느냐가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흘러가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이 발전할수록 자금 배분 기능도 정교해져야 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담보 중심 구조가 강하다”며 “안정적인 가계, 부동산 대출로 자금이 몰리다 보니 어떤 산업과 기업이 성장할지 평가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됐지만 이후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다시 기업과 혁신 산업으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벤처캐피털, 성장자본, 공개시장으로 이어지는 금융 생태계와 세컨더리 마켓이 잘 형성돼 있다”며 “투자 이후 자금 회수가 가능해야 혁신 기업으로의 투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투자금을 회수할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데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평가 역량도 제한적이어서 결국 자금이 안전한 담보 자산인 부동산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진단이다.

해법으로는 단순한 대출 규제보다 금융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정부 주도하에 세컨더리 마켓 등 회수 시장 인프라를 키워 자금이 기업과 성장 산업으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세자금대출이나 정책금융처럼 부동산으로 자금 수요를 유도하는 구조도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란 전쟁과 미·중 갈등 등으로 국제 질서가 ‘힘의 논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이전과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지금은 금융이 블록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자본이 글로벌하게 분산되기보다 진영 내부로 움직이면서 분산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국이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글로벌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능도 선택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 달러 결제망 통제 같은 새로운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은 구조적으로 더 불안정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해서는 미국 중심의 단일 체제보다 통화와 권력이 분산되는 ‘다국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 회장은 “전쟁 국면에서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각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 역할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고 한국 역시 달러 의존도를 완화하는 등 전략적 다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경제학 박사 △ 미국 캔자스대 교수 △ 한국금융학회 회장(현)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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