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모씨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세 낀 주택’에 대한 매매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눈여겨보던 단지의 아파트 가격을 알아보다 매수 의사를 접었다. 전셋가 급등으로 임대료 부담이 커지던 차에 갭투자로 무주택 탈출이 가능해지나 싶었으나 실입주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마련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세 낀 주택’에 대한 무주택자의 매수가 쉽지 않은 것은 대출 규제 탓이다. 최근 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 간에 간극이 벌어진데다 실입주시 기존 세입자의 퇴거자금 확보를 자신하기 어렵다.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매수자가 전세금 7억원이 낀 매매가 12억원의 서울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대출 가능한 금액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한다해도 상한선인 6억원이다. 선순위 채권인 전세금이 7억원인 만큼 주택담보대출 가능금액은 0원이다. 당장 5억원을 손에 쥐고 있어야 매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퇴거시에는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이 지난해 6월27일 이후라면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줄어든데다 매수자의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요건 충족 여부도 살펴봐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거주를 앞두고 자금 마련 계획이 틀어진다면 자칫 아파트를 사놓고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낭패에 처할 수 있다. 매수자가 임대차 기간 종료 이후에도 실거주하지 않는다면 이행 강제금이 부과되며 거래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금 보유량이 많은 무주택자만에게만 매수 기회가 열렸다며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SK하이닉스 임직원이거나 대박 난 주식투자자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세 낀 주택’에 대한 매매 허용으로 다주택자 및 비거주 1주택의 거래에 숨통이 트일 수 있으나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 정책이 실거주 중심으로 거래를 유도하고는 있으나 매수 여력이 충분한 수요자는 소수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이번 조처로 매도 길이 열리긴 했으나 급매물을 제외하면 매수 문의가 크게 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은행 대출이 다 막혀있는데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덥썩 사겠다는 이가 흔하겠느냐”라 말했다.
정부 역시 이번 대책이 ‘자금 여력이 되는 무주택 매수자’의 주택 구입으로 한계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매수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기에 자본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들이 구입하는 게 맞다”며 “(규제지역은)전세가율이 LTV 40%보다 높으면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기에 매수자가 자금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수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규제지역 내 주택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정책 방향성을 재확인한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부호를 나타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상급지 갈아타기가 목적인데 자산 재편을 위한 추가 자금 확보가 어려워 자금이 충분한 일부 계층 내에서 매도와 매수가 일어나는 ‘자산의 선별적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실입주 시점에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스스로 반환할 수 있는 무주택자에 한해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매물 잠금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단기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아니면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설 만한 포인트가 없다”며 “무주택자 중심의 거래 활성화보다는 매물 잠김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세금반환대출이라도 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