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이 공개 일주일여 만에 동의자 수 5만 명을 넘기면서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3일 등록된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동의자 수 5만 1258명을 기록했다. 이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 명을 넘겨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이번 청원은 단순한 '세금 반대' 움직임을 넘어 현행 가상자산 과세 체계의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원인 민씨는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과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면서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가상자산 과세는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세 차례 유예 끝에 현재 2027년 1월 시행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과세 집행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혼선이 예상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포괄 규정하고 있지만, 스테이킹·에어드랍·하드포크 등 다양한 유형의 수익에 대한 세부 과세 기준은 아직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등 주요국은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소득 유형을 세분화해 과세하고 있으나 국내는 관련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세 실무 측면에서는 취득가액 산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쳐 유입된 자산의 경우 최초 취득 원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취득가액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총 양도가액의 일정 비율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수익 구조와 괴리가 커 조세 불복과 민원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법리적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 역시 논란이다. 에어드랍이나 하드포크 자산에 대해 증여세와 기타소득 중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명확하지 않아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요국의 경우 유상성 여부와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국내는 관련 규정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가상자산 과세 제도는 반복된 유예 기간에도 불구하고 과세 대상과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고 과세 체계의 형평성과 일관성 역시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가상자산의 특성과 거래 구조, 타 금융상품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행 과세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재검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현장 간담회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후 6·3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논의는 현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