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향해 인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여기까지 보면 부동산 자산가들의 표심이 오 시장의 승리를 완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한강을 중심으로 빨간색이 칠해진 참고용 그래픽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오 시장이 우위를 점한 선거구 중 대다수가 지난 1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산 방어 기제 작동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단순히 부동산 자산가들의 몰표로 승리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강벨트 유권자의 집결도 있었지만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도 있었습니다.
불과 1년 전 서울 유권자 829만명 중 310만명이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졌습니다. 반면 정원오 후보는 251만표를 가져오는데 그쳤습니다. 6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투표를 포기했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미입니다. 지선 투표율이 낮은데다 지난 대선이 계엄과 윤석열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 치러진 특수성을 감안해 단순 비교는 어려울 수 있으나 분명한 표심 이탈이 존재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올랐거나, 주택소유율이 낮고 주거형태가 임대차인 경우가 많은 선거구에서 오 시장이 선전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아파트 매매가 급등 만큼이나 서민 주거 안정을 흔드는 전월세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은 진보 성향이 강한 노원구와 강북구에서 각각 45.1%, 42.5%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대선에서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30%대 득표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성적입니다. 두 곳은 KB부동산 집계 기준 전세가격지수가 1년만에 10% 넘게 올랐습니다.
민주당의 표밭이라 평가되는 관악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 시장은 43.7% 득표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관악구 유권자는 36.2%에 불과했습니다. 관악구는 국가데이터처의 최근 조사(2024년) 기준 주택소유율이 33.5%에 불과하며 임대차 비율은 60%가 넘는 곳입니다. 관악구 다섯 가구 중 세 가구는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권 강세 지역이었으나 오 시장이 과반 득표에 성공한 영등포구는 주택소유율이 43.8%에 불과하며 중구 역시 41.4%로 서울에서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흔든 성난 부동산 민심에는 유주택자의 자산 방어 심리도 있으나 주거 사다리가 걷어차이고 전월세난을 호소하는 무주택자도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1년 만에 돌아선 이탈표에 상당수 녹아있을 것입니다. ‘오 시장이 부동산 부자들의 몰표로만 당선됐다’고 해석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울은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60%가 넘는 ‘아파트 도시’인 동시에 절반이 넘는 시민이 전월세 형태로 주거 중인 ‘임대차 도시’입니다. 아파트 가격을 잡는 것 만큼이나 전월세 시장 안정 역시 중요한 이유입니다.
오 시장은 당선 직후 최대 현안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으며 전세 물량 급감 및 월세 폭등을 언급했습니다. “치솟는 월세와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주거사다리 복원 대책을 즉시 점검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 전월세난을 해결하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묘책을 오세훈 시정 5기가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