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고 비아파트 늘린다더니…인허가, 2만→7048건 '뚝'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올해 들어 비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대규모 빌라 전세사기와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던 2022년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세금 부담 확대 등으로 비아파트 매입 수요를 억제해놓은 상황에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가능할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비아파트는 매입 후 임대하려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또 신축매입임대를 통한 비아파트 임대공급 역시 고가매입 논란으로 헐값 매입 가능성이 있어 경기·인천에선 공급하려는 건설업자가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주택가 모습.(사진=연합뉴스)
◇비아파트 공급 늘린다던데…정작 살 사람은 막아놔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비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7048건으로 2022년 4월 누적 건수(1만 9951건) 대비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착공과 준공 건수는 각각 5596건, 5158건으로 2022년(2만 953건, 1만 9807건) 대비 4분의 1토막났다.

아파트도 공급이 줄었지만 비아파트에 비해선 양호한 편이다. 아파트 착공과 준공 건수는 각각 올해 3만 2389건, 3만 2615건으로 4년 전 대비 30% 안팎의 감소세를 보였지만 인·허가는 3만 7540건으로 7% 가량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최근 수도권 전·월세난의 주요 원인을 비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보고,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다. 도심 자투리땅에 세대 수, 층수, 주차장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 연립·다세대 주택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내년까지 2만 6000가구, 2030년까지 7만 7000가구를 인·허가한다는 방침이다. 비아파트 건설업자에게 호당 최대 1억 2000만원의 사업자 대출이 지원돼 종전보다 5000만원 확대되고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도 신설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결국엔 다 지은 후에 연립·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줄 주체가 필요한데 관련 대출을 모두 막아놓아서 과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아파트를 거주용으로 매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동안 대부분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매입해 임대 형태로 공급해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의 자가점유율은 70.5%인 반면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은 각각 65.2%, 54.5%, 오피스텔 등은 35.9%로 낮았다. 비아파트 대부분은 매입해 거주하기보다 매입 후 임대를 주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즉,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비아파트를 매입해 임대로 공급해왔는데 이들에 대한 대출, 세제 등 규제를 강화해놓은 상황에서 비아파트를 매입할 주체를 찾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준공된 비아파트를 민간 임대사업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3년간 비아파트 인·허가와 착공이 줄었기 때문에 비아파트건설에 대한 금융지원을 할 경우 공급 측면에선 긍정적이나 1년이나 1년반 뒤에 비아파트가 시장에 나왔을 때 누가 소비하게 할 것이냐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며 “비아파트는 자가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민간 임대사업자가 비아파트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주택자가 아파트나 비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같은 규제가 적용되는데 현재 전월세 시장이 문제라면 아파트냐, 비아파트냐에 따라 규제를 차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다주택자는 아파트를 보유하든, 비아파트를 보유하든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출 만기 연장도 제한된다.

◇‘고가 매입’ 논란 속 신축매입임대 공급 확대 딜레마

정부에선 수도권 규제지역에 비아파트를 지으면 내년까지 6만 6000가구, 사실상 무제한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고가 매입 논란’ 이후 신축매입임대 매입 기준이 바뀐 터라 제대로 매입이 이뤄질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말 “LH가 호구냐”며 신축매입임대 주택을 너무 비싸게 매입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LH는 3월 수도권 50호 이상 주택 매입에 적용하던 ‘공사비 연동형’을 폐지하고 감정평가 매입 방식으로 일원화했다.

감정평가법은 LH와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평가액 평균가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주변 비아파트가 얼마에 거래됐는지 등 거래 사례 등을 참고하는데 비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경기, 인천 지역에선 신축매입임대를 공급하겠다는 건설업자가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서울은 감정평가 방식이라도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매입 가격이 공사원가 이상으로 나올 수 있지만 경기, 인천은 비아파트 가격이 내려와 있어서 택지비, 건축비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나 인천은 신축 매입 신청이 거의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신축매입임대를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고가’로 매입하지 말라고 했으니 주택을 매입하는 LH 직원 입장에선 최대한 싸게 매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건설업자가 원가도 제대로 못 받은 채 LH에 팔 수는 없을 테니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담당자가 규정에 맞게 매입가격을 산정하더라도 나중에 고가 매입 논란이 생기면 감사받고 인사상 불이익도 당하는 상황이라 면책 조항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이런 게 없는 상황에서 매입하라고 하니 감정가격보다 더 싸게 매입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LH는 2027년까지 신축매입임대 관련 업무상 과실이 발생했을 경우 가중처벌하지 않도록 내부 지침을 정했다. LH관계자는 “감정평가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LH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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