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부는 작년 6.27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줄였는데 이를 70%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세퇴거자금 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10·15 대책으로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면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토록 했다. 전세대출 총액을 DSR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나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 대출 연장을 불허하는 방안 등이 추가로 거론된다.
KB부동산 기준 현재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0%, 수도권은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세보증금만으로는 아파트 등 선호도 높은 주택을 매매할 여력이 현저히 낮다는 뜻이다. 전세대출이 좁혀진다면 임대차 수요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제한된 상태에서 주거 눈높이를 낮추거나 반전세 혹은 월세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전세대출 규제는 매수 전환이 아닌, ‘전세의 월세화’를 촉진해 서민들의 월 주거비 부담을 폭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세대출을 규제함으로써 갭투자를 차단하고 집값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은 그간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손대기 어려웠으나 이번 정부에서 조정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저금리 시기에 취약계층의 주거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어느 순간부터 일반복지처럼 적용대상과 범위가 확대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민의 40% 정도가 임차 수요자임을 고려할 때 주거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거 구조상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서울 시민의 주거 형태 중 자가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전세대출 규제가 기존의 임대차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세입자의 자금줄이 막히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이는 결국 빌라·오피스텔을 넘어 아파트 시장의 ‘보증금 고사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가 무서워 집주인들이 전세 공급을 아예 중단하고 월세로만 매물을 내놓는 ‘전세 소멸’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심은 정부의 안전장치다. 이 대통령은 회견 당시 “임대를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밝혔다.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는 서민에 고품질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규모 및 공급 시기 등에 대해서는 “속도를 내겠다”고만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제도는 무주택 서민들이 월세 비용을 아껴 자산을 형성하고, 향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충분한 대체 주거 대책 없이 대출부터 조인다면, 집값은 잡을지 몰라도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차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