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소멸 시대…‘비정상’ 세입자의 비애[부동산 취재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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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6월 13일, 오전 06:02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매물 감소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부동산 시장이 뜨겁습니다. 앞으로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더욱 조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 매물이 마르고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당장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거나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 입장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입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전세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확고합니다. 전세 제도의 기반이 되는 다주택자의 ‘갭투자’가 집값을 밀어 올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전세대출을 규제해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확한 의도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춘 데 이어, 이를 70%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퇴거자금 대출) 한도 역시 1억 원으로 강하게 조였습니다. 여기에 ‘10·15 대책’의 연장선으로 1주택자가 수도권 등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거나 전세대출 총액 자체를 DSR에 포함하는 방안, 나아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 대출 연장을 불허하는 방안까지 추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이 축소될 경우, 기존 전세 수요자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부족한 대출 규모만큼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를 택하거나, 가진 자산에 맞춰 주택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실거주 1주택’을 강조하는 정부가 의도한 방향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수요자들의 ‘눈높이’와 ‘자산 여력’입니다.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0%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세 보증금 전액이 온전한 본인 자산이라 가정해도, 현재 거주 중인 집을 매수하기에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마저 꽉 조여놓은 탓에 자산 여력이 부족한 전세 수요자들은 평수를 줄이거나 기존보다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야만 합니다. 비아파트로 눈을 돌릴 수도 있지만, 무엇을 택하든 주거 환경의 ‘다운그레이드’는 피할 수 없습니다.

흔히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고유의 제도라고 합니다. 고성장 시대에는 임차인에게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했고, 임대인에게는 적은 자본으로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마법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합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데다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뛰면서 세입자에게 필요 이상의 주거 비용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아파트 시장을 휩쓴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는 이 제도의 존속 여부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전세 제도의 혜택만큼이나 부작용도 커지며 임계점에 도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인위적이고 급속한 월세 전환이 서울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시장에는 전세를 원하는 실수요자가 존재하며, 이들에게 현재의 매물 가뭄과 대출 한파는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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