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의 스페이스X 주식 토큰. 바이비트 갈무리.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해외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미국 상장주식을 토큰화해 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상장 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과 주식 기반 무기한 선물까지 잇달아 내놓으면서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계좌 없이 24시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지만,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국내 금융당국이 실효성 있게 규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활용한 미국 주식 투자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해외 주식을 사고 싶어도 증권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바이낸스서 무기한 선물, 바이비트서 주식 토큰…코인 거래소서 주식 투자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국내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선 바이비트의 '스페이스X 토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잇따라 공유됐다. 바이비트는 세계 5위권 가상자산 거래소로,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해외 거래소 중 하나다.
바이비트는 최근 상장 전 주식에 미리 투자할 수 있는 'IPO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공모에 참여하듯, 국내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주식을 '토큰화한 버전'에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이 주식 토큰은 발행사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주가와 1:1로 연동되는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바이비트는 주식 토큰 플랫폼인 엑스스톡스(Xstocks)와 협업해 거래를 지원한다.
실제 주식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토큰은 맞지만, 토큰을 매수한다고 해서 상장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보유하거나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24시간 거래가 가능한데다, 증권계좌를 통하지 않고도 보유 중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주식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할 유인이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의 '프리 IPO(상장 전 주식 거래)' 무기한 선물에 투자하는 방법도 활발히 공유했다.
스페이스X 같은 인기 주식의 가격만 추종하는 파생상품이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법도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증권 계좌 없이 해외 주식 투자할 수 있다고?…"앞으로 더 늘어날 것"
국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투자 방식 변화가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단순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무기한 선물 등 다양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주식 투자를 하려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하락세인 반면, 주식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김정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주식을 '온체인'으로 가져오니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대신 주식을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24시간 거래라는 '같은 조건' 아래서는 현재 시장이 가상자산보다 주식을 선호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학 개미' 해외 코인 거래소에 뺏기는데…"규제 방법 사실상 없어"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빠져 나가면 국내 증권사들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 시간, 투자자 보호, 공시, 파생상품 판매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다. 반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주식 토큰이나 주식 기반 파생상품을 사실상 24시간 제공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이 이 같은 상황을 막을 방법이 없다. 당국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규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한 전례는 많으나, 투자자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우회 접속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이나 케이먼제도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실효성 있게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증권 연동 토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쓰지 못하게 막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