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한 철도 사업 규모가 600조원에 달하는 반면 실제 계획에 담을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제한적인 만큼 예산 확보와 우선순위 조정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고속철, 지방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광역경제권과 철도망의 미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고속철도망을 통해 하나의 도시처럼 작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정차역이 없는 지역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며 “KTX를 대동맥으로, 광역철도를 실핏줄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현재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51%가 집중돼 있으며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72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최 소장은 철도망이 지역 발전을 견인한 사례로 강릉선과 호남고속철도를 제시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경제성 논란 속에 건설된 강릉선은 현재 코레일 노선 가운데 표를 구하기 가장 어려운 노선이 됐다”며 “철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수요 창출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광주 지역 KTX 이용객은 월별로 수만 명씩 증가했고 서비스업 매출도 크게 늘었다”며 “교통 연결성이 지역 발전과 인구 증가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5극3특 실현을 위한 권역별 광역철도 구상도 제시됐다. 충청권은 당진·아산·천안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강원권은 춘천·원주·강릉을 잇는 순환 철도망, 대구·경북권은 신공항 연계 순환망, 부울경은 부산·울산·창원·진주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망, 전북권은 전주·익산·군산·새만금을 잇는 광역철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실적인 걸림돌은 예산이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재정사업은 물론 민자사업 추진도 사실상 어렵다”며 “계획 반영 이후에도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치면 가장 빨라도 13년, 길게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지자체에서 요청한 철도 사업만 300건 이상, 총사업비는 약 600조원 규모”라며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당시 신규사업 규모가 43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모든 사업을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GTX-D 노선 하나만 해도 사업비가 13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5차 계획 규모가 작게 수립되면 GTX 추가 노선이나 지역 핵심 사업 상당수가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를 거쳐 연내 계획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지역에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와 철도망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역철도를 통해 지역 거점을 연결하고 이를 KTX와 연계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방식은 수요가 있는 곳에 교통망을 공급하는 구조인데 지방은 인구와 산업이 감소하는 상황이라 기존 방식으로는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며 “철도망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병석 지방시대위원회 국토공간혁신국장도 “GTX가 수도권 공간구조를 바꿨듯이 지방 역시 철도망을 통해 생활권과 경제권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초광역권 발전을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철도망을 어떻게 촘촘하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도시의 흥망성쇠가 좌우된다”며 “현재 고속철도 혜택이 일부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만큼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