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에…외환부담금 면제 3개월 연장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전 05:05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1500원대 고환율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달러는 많은 반면, 국내 외환 시장엔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수급 개선을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상승 기대 높아

21일 관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종료가 예정된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오는 9월 30일까지 3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은행세’로 불리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은 시중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부채에 부과되는 정책성 부담금으로, 달러 조달에 드는 추가비용인 셈이다. 이를 면제해 주면 국내 금융기관이 달러를 들여와 국내에서 운용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나오는 달러(공급)가 늘면서 수급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풍부한 달러 유동성과 경기 개선세에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평균 환율은 1521.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평균 환율(1491.3원)보다 무려 30.1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역대 월별 평균 환율과 비교하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453.3원)은 물론, 중동 전쟁 발발 직후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3월(1492.5원) 수준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고환율이 유지되는 것은 미국발(發) 강달러 압력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적 요인이 크다. 지난 18일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101선까지 치솟아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대내적인 수급 꼬임이 맞물리며 외환시장의 ‘달러 가뭄’을 심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막대한 달러가 유입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 기대감에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내다 팔지 않고 관망 중이기 때문이다.

역대급 외국인 자금 이탈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 4114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 누적 순매도액은 120조원을 넘어선다.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 지분율 자체는 높아졌으나, 차익 실현 물량이 달러 환전 수요로 집중되면서 외환시장 수급을 압박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당국 수급 완화에 초점…“7월이 분기점”

결국 대내외 악재 속에서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부담스러운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은 기존 규제 완화 조치의 기한을 늘려가며 버티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시중 달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외화 지준부리)’ 조치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역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시행했던 외환건전성부담금 한시 면제 조치를 재차 연장하며 보조를 맞췄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율 방어의 목적보다는 국내 외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차원”이라며 “3개월 뒤 시점의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연장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이 환율 향방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다음 달부터 물가 지표 둔화가 예상돼, 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이 잦아들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1500원대 초반을 유지하겠지만 7월 이후 1400원대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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