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외환 규제와 자금세탁방지(AML), 과세를 아우르는 이른바 '3중 규제 체제'를 앞두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공포돼 연말 시행을 앞둔 데 이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과 가상자산 과세 시행도 예고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국회 통과, 특금법 시행령 개정 추진,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 등 가상자산 관련 제도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외환 규제 편입…가상자산 해외 이전도 관리 대상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른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개정 외국환거래법은 지난 2일 공포됐으며 오는 12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핵심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업무가 외국환거래법상 '가상자산이전업'으로 규율 대상에 편입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라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업무를 영위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또 국가 간 가상자산 이전 내역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수탁업체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기존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에 더해 외환당국 등록과 이전 내역 보고 의무가 추가되면서 사업자들의 준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금법 개정 추진…'1000만 원 룰'은 최종 제외
자금세탁방지 규제 강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개정안은 오는 8월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당초 개정안에는 1000만 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을 일괄적으로 의심거래(STR) 보고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업계는 단순한 금액 기준만으로 모든 고액 이전 거래를 의심거래로 분류할 경우 정상 거래까지 대거 보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보고를 접수·분석해야 하는 당국의 업무 부담도 급증해 실질적인 자금세탁 탐지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해당 조항을 최종안에서 제외했다.
다만 AML 규제 강화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와 글로벌 공조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국내 사업자들의 컴플라이언스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과세 시행 앞두고 기준 논란 여전
가상자산 과세 시행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오는 2027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이미 세 차례 유예됐지만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이 공개 8일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투자자들의 반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부 과세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스테이킹, 에어드랍, 하드포크 등 다양한 유형의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은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해외 거래소 이용이나 개인지갑 활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취득가액 산정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취득 원가 확인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아 실제 과세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만 먼저 강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환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 과세 체계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사업자들의 준법 비용과 행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규제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 규제와 과세, AML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 사업자와 투자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