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온 유가…넘쳐나는 물량에 '폭락'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전 06:53

한 선박 추적 웹사이트에 표시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 경로 화면(사진=AFP)
한 선박 추적 웹사이트에 표시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 경로 화면(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에 합의한 이후,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이 급증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이 갑자기 공급과잉 상태에 놓였다. 국제원유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24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3.74달러로 전장 대비 4.33%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0.34달러로 전장 대비 3.92% 내렸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미·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날인 2월 27일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유럽과 아시아 전역 시장은 원유 물량 폭증 상태”라고 밝혔다. 일례로 중국이 선호하는 앙골라산 석유의 경우 10년 만에 최대 할인율로 거래되고 있다. 어떨 때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일부 중국 정유사들의 경우 평소와는 정반대로 원유 물량을 매물로 내놓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트레이더는 전했다.

두바이유나 아부다비의 머반과 같은 중동 기준유는 이달 중순부터 콘탱고(contango·선물시장에서 만기가 먼 계약일 수록 가격이 더 비싼 상태)에 들어서 있는데 이는 현재 시장에 기름이 남아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말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생하고, 이란이 이에 맞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통과하던 요충지가 폐쇄되면서 석유가격은 단기간 급상승했고 지난 4월 초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렌트유는 다시 반토막나고, 다시 시장은 공급 과잉 가능성이 대두된 상태다.

미국과 이란간의 잠정 평화협상이 체결되기 전부터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 여러 중동 국가들이 미국 군대의 도움을 받아 원유를 수송해왔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주 UAE의 총 석유수출량이 6월 초까지 전쟁 이전 수준의 85%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 후 며칠동안 억류돼 있던 엄청난 양의 원유가 쏟아졌다. 이란은 미국이 정식으로 석유 판매를 허용하기도 전에 3000만배럴의 원유를 아시아로 실어 보냈다. 또 해협이 개방되면서 이전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았던 기업들까지 쌓여 있던 원유를 밖으로 빼내느라 분주했다. 중동에서 가장 공격적인 생산국인 UAE는 향후 몇 달 동안 공급될 6000만배럴을 연쇄적인 입찰을 통해 판매했고, 이는 중동 원유 가격을 크게 끌어내렸다.

그 결과 아시아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가 되면서 원래라면 아시아로 향해야 할 중동 원유가 유럽으로 가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거대 정유소인 단고테(Dangote) 정유사 역시 사상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물량을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중동 산유국들이 그만큼 파격적인 가격으로 원유를 내놓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해 원유시장도 브랜트유 선물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스파르타 커머디티스의 선임 석유 시장 분석가인 준 고는 “아시아 정유소들은 이미 8월까지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즉시 공급되는 원유는 중국의 수요 증가 없이 공급 과잉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

미국산 원유는 그나마 가격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전략 비축량을 포함한 미국의 원유 재고는 1984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미국 WTI 선물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원유 수송 핵심지인 쿠싱의 재고량 역시 운영 최소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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