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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에 비용 쓴 기업들, 사전 안전투자로 옮겨간다
26일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연보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지만 매년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 수는 800명대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2년 874명에서 2025년 87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212명을 기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어 징역형, 벌금형을 내리는 형법으로 종전 현장소장 등에게 책임을 묻고 과태료를 부과한 행정법 성격의 산업안전보건법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사망 사고 등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사전에 안전투자를 강화해 사고를 예방하기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법적 대응과 보상에 더 많은 비용을 써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다루는 법무시장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알스퀘어 안전보건경영실장)은 26일 알스퀘어가 주최한 ‘산업안전과 중대재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해서 CEO나 오너가 처벌을 받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지켜야 할 16가지 의무 조항을 안 지켰기 때문”이라며 “이를 지키면 사망 사고가 발생했더라고 CEO 등이 처벌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1심 판결 80건을 분석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의 9개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안전 보건 목표, 전담조직 설치 등을 미이행했다.
출처: 고용노동부
◇안전 인증 땄더니 수의계약 늘어나는 협력사
이에 따라 기업들도 일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과거엔 생산본부 산하에 안전팀을 뒀으나 CEO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을 만들고 부사장급(CSO)으로 직위를 격상했다. 조직을 만든 데 이어 예산도 빠르게 투입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안전 예산은 5년 전 대비 2.4배 급증했다. 연 평균 19%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일반 R&D 예산 증가 속도가 연 6%인 것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행동패턴을 분석, 위험을 예측하거나 드론, IoT(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활용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중견기업이 안전관리자 인력난을 호소하는 등 안전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에선 안전 투자를 강화한 것이 기업 이익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정 회장은 “대기업들이 협력사를 선정할 때도 ‘안전 의무’를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 지를 보고 있다”며 “안전 인증을 많이 확보한 한 협력사는 ‘수의계약’을 하면서 공사 수주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사망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 시점은 과도기로 보인다”며 “건설현장 사망 사고에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도 거론되고 있으니 더욱 더 사전 안전투자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조직, 예산, 데이터, 지배구조 등을 통해 안전을 다했음을 증명해야 면책이 되기 때문에 강제로 안전 투자를 이끌어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에도 한계점은 있다. 건설업의 공사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망 사고에는 안전장치가 미흡해 사망하는 등의 안전 사고도 있지만 시공 과정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기술 사고 등도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보통 기술 사고가 발생해 구축물 등이 붕괴되면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데 기술 사고와 안전 사고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상 CEO 등이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은 대부분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데 집중돼 있다. 기술 사고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