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 등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2026.3.24 © 뉴스1 김성진 기자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며 관련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은 금을 기반으로 한 대출·파생상품 등을 잇달아 확대하며 상품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는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레드엔'에서 테더골드(XAUT)를 담보로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현재 보관 중인 실물 금 약 230억 달러(약 35조 원)를 기반으로 발행한 테더골드를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활용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테더골드는 실물 금 소유권을 나타내는 토큰으로, 1 XAUT는 금 1트로이온스 가격에 연동된다.
그동안 USDT를 중심으로 이익을 거둬온 테더는 금 기반 자산을 담보로 대출까지 지원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투자자는 비트코인처럼 테더골드를 매도하지 않고도 담보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테더는 최근 귀금속 거래 플랫폼 골드닷컴에 투자하는 등 관련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금 기반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가 테더골드를 활용한 옵션거래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금 가격 변동에 베팅하거나 가격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그동안 금 옵션거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전통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에서도 같은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제·정산은 스테이블코인 USDT로 실시간 이뤄진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지난달 미국 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금·은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일 없이 가격 상승과 하락에 투자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전통 금융시장과 달리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하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내 적격 투자자들이 금·은 선물 상품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 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금과 은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초석이자 가장 널리 거래되는 자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도 올해 초 금·은 가격을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기업들이 가상자산 발행·거래를 넘어 금 기반 금융상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상품 다변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장기간 부진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코인마켓캡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2조 6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실상 지난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형성됐던 '트럼프 랠리'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시가총액 1위 가상자산 비트코인도 6만 달러 아래에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에 합의했음에도 시장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증시 강세,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도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금 시장은 올해 초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배경으로 사상 최고치를 여러 차례 경신했다. 지난 1월에는 온스당 5594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에는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글로벌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992.44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40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시장은 금의 중장기 전망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 강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올해 초 조사한 중앙은행 76곳 가운데 45%가 향후 1년 내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서구권의 재정 건전성 우려를 포함한 거시경제 변화가 민간 부문의 금 분산투자를 가속하며 금 가격의 전망 리스크는 여전히 상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샤나카 안셀름 페레라 가상자산 분석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발생했지만, 비트코인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수수료가 더 저렴한 금 ETF로 갈아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악셀 애들러 주니어 온체인 분석가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이 특정 자산군에 의존하기보다 금, 주식, 원자재 등 다양한 실물자산 기반 금융상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바이낸스는 이달 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현대자동차(005380) 등 국내 대표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도 출시한 바 있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