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는 지난달 말 서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프랑스 농업부는 폭염으로 자국 옥수수 생산량이 최대 30%, 즉 3분의 1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잠정 집계했다. 프랑스는 EU 최대 옥수수 생산국이어서, 이 정도 감산이 현실화하면 국제 곡물 수급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 옥수수는 고온에 특히 취약하다. 봄에 파종하고 지금은 꽃이 피는 시기다. 하지만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꽃가루가 죽어 알곡이 제대로 맺히지 못한다. 곡물 분석기관 아거스미디어의 아르튀르 포르티에 선임컨설턴트는 “봄에 심은 옥수수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앞으로 열흘간 비 예보가 없고 폭염이 다시 온다는 점에서 지금 가장 주시해야 할 작물이다”고 말했다.
피해는 옥수수에 그치지 않는다. 당근 생산의 약 절반, 맥주 원료인 홉의 60%가 타들어 갔고, 과수원도 광범위한 피해를 봤으며 가금류 수십만 마리가 폐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축산농가는 폭염에 기르던 닭 절반가량을 폐사로 잃었고, 젖소를 키우는 다른 농가는 하루 산유량이 4~5ℓ 줄었다. 밀 농가에서는 수확량이 채산성의 절반에 그쳤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일부 지역은 한낮 수확을 금지해, 농민들이 새벽과 밤에만 콤바인을 돌리고 곡물 창고도 밤새 문을 여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바싹 마른 밭에서 수확기가 자칫 불씨를 낼 수 있어서다.
(사진=AFP)
이번 폭염은 유럽 관측 사상 최악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3일 남서부 피소의 기온이 44.3도까지 치솟아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폭염으로 1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가뭄과 물 부족도 심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대 농경지대를 적시는 포(Po) 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져 농업과 어업이 위협받고 있다. 외신들은 “지중해 최대 올리브 산지인 스페인·이탈리아 등지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올가을 올리브 작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한편 겨울 곡물인 밀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득을 본 작물도 있다. 포도는 폭염으로 익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프랑스에서 수확 시기가 예년보다 3주가량 앞당겨질 전망이다. 포도 수확이 빨라지면 출하 시기를 앞당겨 높은 가격을 선점할 수 있고, 태풍이나 장마 등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