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밀어준 美 희토류…국내 수요 없어 한국·일본行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7월 09일, 오후 01:5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생산한 희토류가 미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가 차원의 공급망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 수요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의 제임스 리틴스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의 제임스 리틴스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미 정부 지원을 받는 MP머티리얼스와 에너지퓨얼스, 피닉스테일링스가 생산한 희토류 제품이 아시아 기업들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 정부로부터 7억2500만달러(약 1조929억원)의 조건부 지원을 받은 에너지퓨얼스의 로스 배푸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한국에 산화물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 기업 모두 미 정부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따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미국보다 자석 제조 기반이 훨씬 큰 아시아가 실수요처인 셈이라고 FT는 부연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한 대형 제조업체가 에너지퓨얼스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을 소량이나마 자석으로 만들었고, 에너지퓨얼스는 한국에 희토류 금속 공장을 둔 호주 스트래티직머티리얼스(ASM) 인수도 추진 중이다.

MP머티리얼스 역시 2023년 국내 기업 성안머티리얼스와 연 240톤(t) 규모의 희토류 공급계약을 맺었다. 성안은 이 원료로 영구자석용 금속을 제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따른 반사이익이기도 하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 접근을 제한하면서 전 세계 공급을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등 서방에 국가안보 우려로 떠올랐다. 이 금속은 무기 유도장치부터 전기차 배터리까지 21세기 첨단 제품에 두루 쓰인다.

닉 마이어스 피닉스테일링스 CEO는 올해 중국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일본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확보하려 “아우성”이라며, 고객이 “주로 한국과 일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방산 대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량이 동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기업들도 자국 내 희토류 채굴·자석 생산 계획을 잇달아 내놨지만 산업이 자리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희토류 정보 블로그 ‘레어어스 옵서버’를 운영하는 토마스 크뤼머는 “네오디뮴 철붕소 자석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나라는 원조 격인 일본과 중국 둘뿐”이라고 말했다. 이 자석은 자동차·전투기·반도체에 두루 들어간다.

실제 MP머티리얼스의 최근 분기 실적을 보면 최대 사업부인 NdPr 산화물·금속 판매는 주로 스미토모상사 미국법인을 통해 이뤄졌고, 스미토모는 이를 일본 고객에 유통한다. 1년 전만 해도 MP의 최대 판매처는 중국 성허자원이었지만, MP는 미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성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격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희토류 컨설턴트 JOC의 존 오머로드에 따르면 중국을 뺀 자석 생산량은 일본이 연 1만~1만5000t, 한국이 연 2000~3000t인 반면 미국은 연 1000t 이하에 그친다.

FT는 미 정부가 자국 희토류 기업들에 최저 판매가 보장 등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미국이 자립 공급망을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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