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과거보다 크게 악화한 만큼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규제가 오히려 사업을 멈춰 세우지 않도록 ‘적정선’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토교통부 개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은 재건축의, 임대주택 공급비율은 재개발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적정한 개발이익 환수는 중요하지만 사업성 저해 요인이 되면 안 되고 실질적으로 적정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개발이익 환수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됐지만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의 전제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현장의 문제의식이다. 과거와 같은 규제를 적용해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훨씬 커진 만큼, 사업성이 낮은 지역부터 정비사업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현재 정비사업은 예전만큼 사업성이 나올 수 있는 원가 구조가 아니다”라며 “민간도 사업성 개선을 위해 공공에 허용하는 법정상한률 인상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서울은 노후주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비사업이 착공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서울의 노후주택 비중은 49.8%로 절반에 육박한다. 노원·강북 등 외곽 지역은 64~68% 수준이다. 서울 시내 정비사업 단지 2249곳 가운데 실제 시공에 들어간 곳은 7%에 그쳤다.
공사비 상승도 사업성을 압박하고 있다. 김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신반포22차의 3.3㎡당 공사비는 2017년 569만원에서 2023년 13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같은 규제를 적용해도 충격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반분양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강남권과 달리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공사비 상승분이 조합원 분담금으로 직결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비사업이 필요한 노후지역일수록 오히려 사업이 늦어지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3구는 분양 수요가 충분한데 시공비 때문에 분담금이 많이 오르고, 목동은 종상향과 기부채납 협의가 속도를 좌우하는데 노도강은 분담금 때문에 사업 자체가 안 되고 있다”며 “준공이 강남 3구 위주로 되고 있어 필요한 지역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현장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용적률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현석 서울 구로구 가리봉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원가를 계산해보니 임대주택을 서울시나 국토부가 사가는 비용은 34평 기준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인데 원가는 토지와 건축비를 합쳐 8억원”이라며 “용적률을 올려도 임대주택을 주면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마다 상황에 맞춰 임대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도 정부에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를 요청했다. 이정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재개발의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고, 건축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에도 공공과 비슷한 수준의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역시 현행 75%에서 최근 완화된 재건축과 같은 70%로 낮춰달라고 건의했다.
사업성을 높이는 것만으로 공급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 초기부터 이주 단계까지 자금줄이 막히면 사업성이 확보된 정비사업조차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비사업 대출 자금조달은 일반 주담대와 다르고 이주비, 일반분양 방식은 차등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다 준비된 사업장에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심복합사업이 진행 중인 신길2지구 김명희 위원장도 “정부는 신속 공급을 얘기하면서 정작 필요한 자금줄을 막은 것은 모순”이라며 “이주비 대출은 투기가 아닌 생계형 대출”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역시 이주비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와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에 따라 제한된 조합원 지위 양도 규제의 일부 유예를 정부에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