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가 주최한 부동산 정책 ‘주택 공급’ 토론회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관련 주제발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출, 세제 등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의 부동산 대국민 토론회를 앞두고 진행된 첫 번째 토론회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경청’ 토론회 답게 정부에선 말을 아꼈다.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토론회에선 이재명 정부의 6.27, 10.15대책 등의 규제 강화가 주택 매수 수요 억제 뿐 아니라 주택 공급까지 억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수도권 일부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세금 부담이 강화되고 전매·청약 제한 등이 있는 데다 자금조달 계획서까지 꾸려야 한다”며 “수요 억제를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제약들이 정비사업 주택 공급에도 어려움을 준다”고 말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토허구역이 40여곳이나 된다. 전세를 살던 사람을 내보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정책간 의도치 않은 충돌이 있다”며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주거가 불안정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경우 진경건설 대표는 “25년간 서울, 경기에서 주택 및 상가 등 부동산 개발과 신축 판매를 하고 있는데 금융위기때보다 더 힘들다”며 “주택 매매업과 임대사업자의 LTV가 0%로 규제됐다. 이러다보니 다세대, 단독주택을 매입해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LTV가 0%이기 때문에 주택 잔금을 치르기 전에 근린생활상가로 용도 변경을 하고 나서 대출을 받고 잔금을 치르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껑충, 민간 정비사업 사업성 개선해야
이날 곳곳에선 규제 완화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사비와 재건축 분담금 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정비사업 단지 2249곳 중 실제 시공에 들어간 곳은 7%에 그쳤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은 재건축의, 임대주택 공급비율은 재개발의 아킬레스건”이라며 “현재의 정비사업은 예전만큼 사업성이 나올 수 있는 원가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현석 서울 구로구 가리봉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임대주택을 서울시나 국토부가 사가는 비용은 34평 기준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인데 원가는 토지와 건축비를 합쳐 8억원”이라며 “용적률을 올려도 임대주택을 주면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마다 상황에 맞춰 임대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정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재개발의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고, 건축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에도 공공과 비슷한 수준의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도 공공 정비사업과 동일하게 법적 상한 용적률 1.2배 완화를 건의했다.
다만 진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 역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규제 완화가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진 교수는 “용적률 인센티브 등 규제 완화가 착공·준공 확대와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으로 연결되는 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 등 서울에 주택을 공급할 잠재 부지는 많다”며 “집을 많이 지으면 좋을 것 같지만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공급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청년 위한 공공주택 공급 늘려라
이에 따라 공공주택 공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강훈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가격이 많이 급등하면서 임차인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35%가 아니라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전세 시장을 고려해서 중산층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202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청년의 82.6%가 세입자인데 주거 안정을 위해선 세입자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보증금은 주택가격의 70% 이내로 제한하고 모든 민간임대주택에 등록 의무를 부여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산정비창 등 공공부지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고, 청년뿐 아니라 장애인·이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차별 없이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있도록 모집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공공임대의 입주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 중인 윤인한 씨는 “청년주택인데도 부모의 소득과 자산, 자동차까지 심사한다”며 “청년주택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부모 기준에서 탈락하면 체감되지 않는다”며 순위별 물량을 배정하는 ‘쿼터제’ 도입을 제안했다.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비아파트를 영구적으로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건의도 있었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등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줄어들면서 비아파트를 지으려다가 멈춘 사업장이 많다”며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다르기 때문에 주택 수에서 영구적으로 제외해주는 등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아파트를 매입하는 주체 중 하나인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아파트 공급이 안 되는 이유가 비아파트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