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70원대까지 내려왔다. 지난 1일 장중 1560원선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주 만에 90원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국제유가도 다시 오르고 있지만, 환율은 이전과 달리 좀처럼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모양새다.
원화 반등은 달러에 대해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이날 원·엔 환율은 906원대, 원·유로 환율은 1680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엔화가 달러당 163엔대의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화의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원·엔 환율은 최근 1년 8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일본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원화로 살 수 있는 엔화가 이전보다 늘어난 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지면서 시장의 체질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 ADR 발행으로 대규모 달러가 국내에 유입되는 데다 반도체와 조선 등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잦아들면서 환율을 끌어올리던 달러 수요 역시 크게 줄었다.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달러 유입이 아니라 당분간 공급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최근 달러 유입 흐름을 두고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라고 표현하며 구조적인 수급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급 다음은 펀더멘털…원화 가치 더 높아질 수도
수급 여건이 안정되면서 시장의 관심도 ‘환율이 얼마나 더 내려갈 수 있느냐’를 넘어 ‘원화 가치가 어느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SK하이닉스 ADR 자금 유입으로 달러 공급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환율의 중장기 기준선을 결정하는 펀더멘털이 중요해지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오는 23일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한국 경제의 상대적인 성장 우위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원화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환율의 기준선 자체가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환율은 1470~1490원대 등락이 예상되지만, 추가 하락 시에는 미·이란 전쟁 이전 수준인 1440~1450원이 다음 지지선이 될 수 있다”면서 “수급 불확실성은 크지만, 반도체 호황과 경상수지 흑자 폭 역대 최대 경신 등 국내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원화 강세 요인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에는 환율이 1400원대 중반 안착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되거나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달러 공급 여건이 과거보다 개선된 만큼 원화 가치의 추가 회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 압력은 경계해야 하지만 대내 수급 개선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으로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원화가 저점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대기 중이던 기업의 달러화 예금 환전 수요가 나오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여름 휴가가 임박했다면 환율의 정확한 저점을 맞히기보다 분할 환전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한다. 서지왕 스테이트스트리트 본부장은 “환율 하단을 1450원 정도로 보고 있다”며 “현재 환율이 하단에 가까워진 만큼 휴가철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환율이 내려갈 때마다 조금씩 나눠 환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