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 살려달라" 외면한 정부, 전세난은 어쩌나[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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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후 07:3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등록임대주택에 사실상 퇴거 명령을 내렸다.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에 적용하던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를 단계적으로 줄여 2029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세 부담을 피하려면 주택을 처분하라는 신호다.

문제는 그 집이 누군가에게는 전월셋집이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올해 자동 말소를 앞둔 등록임대 아파트는 2만2822가구다. 2027~2028년에도 약 1만5000가구가 추가로 등록이 종료돼 3만7000가구 넘는 등록임대가 시장의 갈림길에 선 시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물량을 대체할 공급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임차가구는 847만가구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는 197만2000가구로 전체 임차가구의 23.2%만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649만8000가구는 민간임대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등록민간임대는 134만9000가구로 공공임대에 입주하지 못하는 임차가구의 20.8%만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우려를 몰랐던 것도 아니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공공임대만으로 청년 등 임차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민간임대 공급자를 투기 목적 다주택자와 구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세제와 금융을 개선하면 3년 안에 민간임대 2만가구 이상을 착공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택한 것은 민간임대 유지가 아닌 매물 출회였다. 등록이 말소되는데도 세제 혜택이 계속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임대주택이 매매로 전환되면 임차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고 설명하지만 세입자가 하루아침에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결국 세입자는 다른 전월세를 찾아 이동하고 줄어든 임대 물량은 전월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개토론에서 나온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필요성을 직접 듣고도 반대 방향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전월세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대안을 내놨어야 한다. 매매시장 매물만 늘리면 된다는 접근으로는 진정한 서민 주거안정을 이룰 수 없다. 이를 외면한다면 전세난과 월세화는 정책의 부작용이 아닌 예정된 결과였다는 비판을 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6월 28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현황과 시세표가 붙어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 6월 28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현황과 시세표가 붙어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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