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한때 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대표했던 1세대 '김치코인'들이 시장에서 잇따라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표적인 1세대 김치코인 아르고(AERGO)가 이달 업비트에서 거래 지원을 종료한 데 이어 아이콘(ICX)마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유의종목에 오르면서다.
'대표적 김치코인' 아이콘, 바이낸스 유의종목에…아르고는 업비트서 상폐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 11일 아이콘을 포함한 가상자산 5종을 유의종목(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공지했다.
바이낸스는 거래량이 부족하거나, 개발 진척이 더딘 가상자산들을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한다.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된 가상자산은 타 코인 대비 변동성 및 리스크(위험)가 높고, 상장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1세대 김치코인인 아르고도 이달 3일 업비트에서 최종 상장 폐지됐다. 알파쿼크(AQT)와 생태계가 통합되면서 기존 아르고 코인은 새 코인인 하우스파티프로토콜(HPP)로 바뀌었지만, 업비트는 하우스파티프로토콜 거래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다른 프로젝트와 합병하거나 리브랜딩하면 새로 상장 심사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하우스파티프로토콜이 업비트의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규제 영향도…개발사·발행 재단 분리에 코인 수요 '뚝'
이처럼 1세대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쇠퇴한 배경으로는 폐쇄적인 국내 규제 환경이 꼽힌다.
가상자산공개(ICO) 금지로 개발사는 국내에, 코인 운영 재단은 해외에 머무르는 기형적인 사업 구조가 지속되면서 개발사의 사업 성과가 코인 수요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아이콘은 지난 2017년 등장한 1세대 김치코인으로,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을 표방하며 한때 '한국판 이더리움'으로 불렸다. ICO로 15만 이더리움(ETH)을 조달하는 등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가운데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규제로 인해 해외 재단과 국내 개발사로 사업 구조를 분리하면서 사업 확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개발사인 아이콘루프(현 파라메타)는 블록체인 공공사업을 수주하며 사업적 성과를 냈지만, 아이콘 코인(ICX)을 관리하는 해외 아이콘 재단과 완벽히 분리된 탓에 아이콘루프의 사업 성과가 ICX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아이콘 재단은 오는 12월 31일 아이콘 블록체인 메인넷을 종료하기로 했다. 기존 아이콘 코인(ICX)은 소다(SODA)라는 코인으로 일대일 전환된다. 이 같은 결정이 바이낸스의 유의종목 지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르고의 상황도 비슷했다.아르고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 블로코가 주도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2018년 출범 당시 기업용 블록체인을 표방해 관심을 받았지만, 코인은 홍콩 소재 해외 재단이 관리했다.
국내 개발사인 블로코는 규제 탓에 기업용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때 가상자산을 네트워크 수수료 등으로 활용하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기업용 블록체인은 별도의 코인(토큰) 없이도 운영할 수 있어 사업 성과가 가상자산의 수요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에 아르고 코인에 대한 수요도 점점 줄었다.
아르고 측도 알파쿼크와의 통합을 택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아르고가 리브랜딩된 하우스파티프로토콜 측은 공식 제안서에서 "(아르고 출범 이후) 규제 환경이 프라이빗 체인 도입에 더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기업용 블록체인을 통한 시장 진입에만 집중했다"며 "결국 아르고가 시장에서 사라진 초기 프로젝트들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1세대 김치코인의 몰락을 규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영향도 있으나,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가상자산을 사용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거나 외부 개발자가 참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프로젝트 자체의 한계도 있었다는 평가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같은 시기 등장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규제 공백 속에서도 글로벌 개발자와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성장한 사례가 있다"며 "국내 프로젝트들은 실제 서비스를 만들기 보다 국내 거래소 거래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