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살았는데 생떼냐고?"…장기전세주택의 딜레마[부동산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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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5:1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기전세주택이 퇴거 논란에 휩싸였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자들에게 주변 시세의 80% 수준의 저렴한 임대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든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오세훈 시장이 첫 서울시장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7년 들고 나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문제는 내년부터 최장 거주 기간인 20년을 채우는 가구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5년간 9500여 가구가 거주 기간이 만기가 돼 퇴거를 해야 한다.

퇴거를 해야 하는 이들은 현재 임대보증금으론 인근에서 전세집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 거주 기간 연장 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시세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최초 입주자의 경우 현재 시세 대비 23% 수준의 보증금으로 살고 있다. 전세가가 10억원인 동네에서 2억3000만원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5년 기준으로 봐도 장기전세 평균 보증금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의 54%다. 처음에는 주변 시세 80% 수준의 보증금으로 출발했지만 제도상 제한된 범위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어 주변 시세와의 격차가 확대됐다.

이런 보증금 수준으론 인근은 언감생심이고 서울 안에서도 전세집을 구하기 어렵다. 20년을 거주한 곳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으니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마냥 지금 집에서 살 수 있게 할 순 없다. 장기전세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다른 무주택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펼때 오래 머무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생긴 것이다. 한곳에 20년을 살았으니 그곳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해법은 주택정책을 오래 살 수 있는 곳에서 주거 사다리를 타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쪽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옆나라 일본의 경우 1단계 공영주택 → 2단계 UR임대주택 → 3단계 민간임대·주택 세이프티넷 → 4단계 일반 민간임대 → 5단계 자가 순으로 주거 사다리를 놨다. 한 주거 형태에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 개선에 맞춰 보다 나은 주거 형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거 사다리를 만들면 좋은 점은 또 있다.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막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게 할 수 있다. 실제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지금까지 총 3만 7천여 가구가 공급됐지만 이곳에 입주한 것은 4만4000가구 밖에 안된다. 전체 입주가구의 17%(6444가구)만이 손바뀜이 일어났고 나머지 83%는 한번 입주한 후 계속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전세주택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 넘게 나온 다는 점을 감안하면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장기전세주택의 혜택이 너무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80% 수준의 전세 보증금으로 들어와 오래 살수록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게 되니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 게 이익인 구조다. 열심히 노력해서 소득을 크게 끌어올려봐야 이런 주거 환경에서 살기 어려우니 오히려 장기전세주택 거주 요건에 맞춰 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단기적인 개선 방안으로 보증금 상승률을 묶어 놓지 말고 주변 시세 80% 수준으로 계속 맞추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에서 나가는 순간 민간 전세시장과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지면 주거사다리는 끊어진다. 공공임대에서 민간임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보증금·임대료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보증금 지원이나 주거급여 등으로 다음 단계의 주거비를 보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장기전세주택 20년이 낳은 논란이 우리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공공임대의 성공 여부를 ‘얼마나 오래 살게 했느냐’가 아니라 ‘다음 단계의 주거로 얼마나 원활하게 이동시켰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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