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자문위원단이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TF 디지털자산입법안에 대한 자문위원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위원 및 자문단 회의에서 이정문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유승관 기자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정부안을 마련하고도 정책 동력을 잃은 채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국회, 관계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핵심 쟁점을 조율할 당정협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3월 열기로 했던 당정협의가 중동전쟁 여파로 연기된 뒤 지방선거와 부동산·증시 대책 등 다른 현안에 밀리면서 입법 자체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협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가을에는 입법이 이뤄지도록 정부안을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원장은 구체적인 제출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비슷한 답변은 한 달 전에도 나왔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안은 다 마련했으나 약간의 이견이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안 제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가상자산위원회를 거쳐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마련했다. 당시 당정은 협의를 거쳐 단일 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논의가 장기화했다. 업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졌고 당정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융위와 민주당은 같은 달 당정협의체를 열어 핵심 쟁점을 막판 조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동전쟁 여파로 주식·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 대응에 집중하며 회의가 연기됐다.
이후 지방선거와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등 정치 일정까지 겹치며 공식 당정협의는 기약 없이 밀렸다. 정부안의 내용을 놓고 협의할 '논의 테이블' 자체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국회가 의원입법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이라는 생소한 시장 전체를 새롭게 규율해야 하는 고난도 입법이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이 법안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감당하기보다 정부가 마련한 안을 토대로 논의를 시작하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앞서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올해 초 정부안 제출이 계속 늦어지면 의원입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TF는 원내대표 임기 종료와 함께 별다른 성과 없이 해체됐다. 최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기본법 입법을 적극적으로 촉구한 의원은 이 의원 정도에 그쳤다.
정부 내부에서도 디지털자산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당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 정책라인의 관심이 레버리지 상품 위험과 부동산 대책, 자본시장 활성화, 청년 문제 등에 집중돼 가상자산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도 당정과 관계기관의 조율이 필요해 금융위가 단독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안의 핵심 쟁점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주도할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속도를 내겠다"고 반복하고 국회는 정부안 제출을 기다리면서 입법이 공회전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이 '클래리티법' 등 가상자산 입법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열고 쟁점별 입장과 법안 제출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핵심 쟁점을 결정할 당정협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서로 기다리기보다 입법 일정과 쟁점별 입장을 함께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