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을 두고 청년층을 비롯한 주거 취약계층과 시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8·3 세제개편안’과 ‘8·13 부동산 공급방안’을 통해 주거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인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그 대안으로 비아파트 매입과 공공임대를 제시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진=챗GPT)
26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아파트 매입 지원을 추진한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 신설이다. 만 39세 이하 청년층이 4억원 이하의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를 적용하고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약 2%포인트 낮은 약 3%대로 빌려주는 내용이다.
“강제로 유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선택지를 하나 더 제공하는 것”이라는 정부 측 설명에도 시장의 반응은 갸우뚱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6억원을 웃돌고 대출 규제가 조여진 상황에서 혜택이 빌라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아파트는 환금성이 떨어져 청년들이 대출을 받아 입주하더라도 수년 뒤 매도자를 찾지 못해 ‘주거 감옥’에 갇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비아파트와 공공임대를 활용해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선택지를 넓히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파트 진입은 어려워지고 비아파트에만 금융·세제 혜택이 집중된다면 청년 입장에서는 주거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택유형으로 유도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빌라는 아파트보다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고 거래량이 적어 상승기에는 가격 상승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하락기에는 매도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히 LTV를 높여주는 것보다 가격 산정의 투명성, 보증·대출 안정성, 전세사기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엑시트가 우려된다면 주로 역세권 신축 또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개발 등의 비아파트를 선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공공임대에 힘을 준 공급 정책도 청년층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무주택 저소득 서민들에게 소득계층별로 다양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소득·자산 보유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넘기면 퇴거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청년 행복주택을 예로 들면 월평균 소득 합계는 전년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총 자산 2억 5100만원, 자동차 4542만원 이하여야 한다. 만약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더라도 대출 규제와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최소한 3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데 공공임대에 살면서 종잣돈을 마련하면 기준을 넘기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는 셈이다. 만기 시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모델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추세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시세가 올라 있을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입지도 우수하고 품질도 좋으며 장기간 거주 가능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추진 중이다. 주거의 질이 높아지는 대신 만기 이후 주거 연착륙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비사업 양극화 우려…“고령층 조합원 보완책 필요”
이번 정책의 유탄은 청년층뿐만 아니라 부동산 임대사업자,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분담금 부담이 큰 고령의 조합원 등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공급대책에서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해보겠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세제개편안의 등록임대사업자 특례 축소·폐지는 임대차 시장에 악영항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거래를 막고 있는 보유주택 수 산정의 불합리함 등을 개선해야 하고, 등록임대 매물이 사라짐으로 인해 임대차 시장의 공급이 사라지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분담금 부담이 큰 조합원, 특히 소득이나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고령 조합원을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공사비와 분담금이 크게 오르면 사업에 반대하거나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정비사업 전체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강남권은 사업성이 좋아 추가 분담금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강북이나 외곽 재개발 지역은 일반분양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어 분담금 부담이 사업 추진 자체를 막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정부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사업성이 좋은 핵심지역만 빨라지고 공급이 더 필요한 지역은 오히려 뒤처지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고령·저소득 조합원에 대한 분담금 장기대출이나 이주비 지원, 임대주택 선택권 등 보완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