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팔아 마련한 자금은 아파트 시장으로 쏟아졌다. 전체의 89.6%인 1331억원이 아파트 매수에 투입됐다. 빌라 등 다세대·연립주택(6.6%)이나 단독·다가구주택(3.6%) 비중은 미미했다.
연령별로 30·40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30대는 1139건(67.5%)의 거래에서 811억원을 조달했다. 40대(377건, 509억원)를 합치면 30·40세대 비중은 건수 기준 89.8%, 금액 기준 88.9%(1320억원)에 달한다. 1건당 평균 조달액은 8710만원 수준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족해진 한도를 가상자산 매도 차익으로 메우는 ‘영끌 보조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가상자산 매도 자금이 주로 15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매수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전체 가상자산 조달 금액의 64.1%(952억원)가 15억원 이상 주택 매수에 쓰인 반면, 6억원 미만 주택 매수 비중은 4.7%(약 68억원)에 그쳤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출 상한(4억원)이 적용되는 만큼, 현금 동원력이 필수적인 고가 시장에서 부족한 자금을 코인 수익으로 뚫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전국 가상자산 조달 금액의 75.7%(1123억원)가 서울 주택 매수에 몰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코인 자금 유입 1위는 용산구(285억원)였으며, 서초구(225억원), 강남구(124억원), 송파구(81억원) 등 ‘강남 3구’가 뒤를 이었다. 코인 시장에서 거둔 고수익을 자산 보존성이 높은 서울 최상급지 부동산으로 대거 이동시킨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시세와 뚜렷한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섰던 4~5월에는 월별 조달 건수가 400건을 돌파했지만, 조정장에 진입한 7월에는 221건으로 급감했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1억원 선을 회복하면서 코인 자금의 부동산 유입이 재차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전체 매수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으나 제도권 밖 투자처로 여겨지던 가상자산이 보수적인 실물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자금 조달원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다만 코인의 익명성을 악용한 신종 편법 증여나 자금출처조사 우회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가 올해 2월부터 자금조달계획서에 가상화폐 항목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꼼수를 차단하고 자금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수록 고가 주택 시장은 자산가들만 들어가는 리그가 되고 있다”며 “성실하게 일해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만 주거 사다리에서 밀려날 수 있는 만큼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