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일러스트.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이 1만 원을 내고 구단 지분 일부를 산다고 해보자. 경기 입장권 할인이나 구단 관련 투표에 그치지 않고, 구단 가치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고 배당도 받는다. 소수의 기업과 자산가가 보유해 온 프로 스포츠 구단의 지분을 수많은 팬이 나눠 갖는 셈이다.
해외에선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올해 초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관련 사업이 미술품·한우·부동산 등을 쪼개 파는 조각투자에 머물러 있다. 스포츠 구단의 지분과 주주 권리를 토큰으로 구현할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아 국내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설명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는 프로 스포츠 구단의 소수 지분을 토큰으로 나눠 발행하는 '소시오스 에쿼티 토큰'을 출시한다.
칠리즈가 구단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뒤 블록체인상에서 토큰화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토큰 보유자는 구단의 성과에 따라 배당을 받고, 구단 가치가 오르면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
기존 '팬토큰'과 가장 큰 차이는 경제적 권리가 붙는 점이다. 팬토큰은 구단 관련 투표에 참여하거나 상품 할인, 경기 관람 등 혜택을 받는 멤버십 성격이 강하다. 토큰을 사더라도 구단 지분이나 배당을 받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에쿼티 토큰은 실제 구단 지분을 기초로 한다. 구단은 팬들의 충성도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팬은 응원하는 구단의 성장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모기업이나 구단주 지원에 의존하는 국내 프로 구단에도 장기적으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에서 이러한 상품을 발행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단 지분과 배당, 시세 차익을 받을 권리가 연결된 토큰은 단순 가상자산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으로 지분을 잘게 쪼개도 증권을 발행할 때 필요한 공시와 유통, 투자자 보호 규제를 따라야 한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실질이 구단 지분이나 배당, 자본 차익과 연결되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블록체인에서 지분을 조각내도 발행 공시·유통, 투자자 보호 등에 관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큰 보유자가 법적으로 구단의 주주가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지분에서 나오는 경제적 이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나눠주더라도, 구단 경영에 참여할 의결권은 갖지 못할 수 있다.
황 교수는 "토큰 구매자가 구단의 직접적인 주주인지, 간접적인 경제적 권리만 갖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의결권과 배당권 등 전통적인 주주의 권리가 토큰 보유자에게 어디까지 돌아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과 토큰의 적정 가격을 매기는 것도 과제다. 프로 스포츠 구단 상당수는 비상장사여서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없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으면 구단의 수익이나 자산 가치보다 경기 승패와 유명 선수 영입, 감독 교체 등 단기 소식과 팬심에 따라 토큰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황 교수는 "구단 지분 토큰화는 팬을 소비자에서 투자자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주주권의 범위와 비상장 구단의 가치 평가, 가격 변동성 등에 관한 기준이 정비되지 않으면 새로운 투자자 보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