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앞으로는 역세권이나 학군뿐 아니라 ‘기후 대응력’도 주택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권희진 GS건설 신상품전략팀 팀장은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아파트 설계는 물론 주택 가치 판단 기준까지 바꿀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해외 선진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후 리스크가 보험료 산정과 주택 가치 평가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희진 GS건설 신상품전략팀 팀장.(사진=GS건설)
권 팀장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도심은 거주자 안전과 일상을 직접 위협하는 수준의 기후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탄소배출 저감이나 에너지 효율화 중심으로 ‘완화’에 머물러 있던 국내 주택 설계 시각을 이미 현실화한 기후위험에 대응하는 ‘적응’ 관점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침수를 ‘가장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물리적 위험’으로 평가했다. 폭염·과열은 입주민 건강과 냉방 에너지 부담을 키우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위험으로, 대기 정체는 단지 내 통풍로가 막히면서 오염물질과 열기가 머무는 상시적인 위험으로 진단했다.
이에 침수 대응 방식부터 바꾼다는 구상이다. 권 팀장은 “차수판 설치나 배수펌프 용량 증설 같은 사후적·기계적 대응만으로는 극한 호우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단지 전체가 거대한 ‘스펀지’처럼 빗물을 머금고 조절하는 입체적 방재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폭염과 대기오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동 배치를 최적화하고 외벽 신소재와 일사 차단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녹지와 수공간을 연계한 패시브 디자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
권희진 GS건설 신상품전략팀 팀장.(사진=GS건설)
기술 수준도 일부는 현장 적용을 검토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권 팀장은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이미 구축된 세대 내부는 기상청 데이터 연동·제어 알고리즘 적용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GS건설은 자이(Xi) 아파트 단지에 해당 기술들을 실제 적용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재 공동연구를 통해 도출한 콘셉트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기술적 타당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검증을 마친 요소부터 주요 정비사업지와 랜드마크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이미 주요 정비사업지 사업 지침이나 인허가 가이드라인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추세다. 권 팀장은 “기후 대응 기술은 고급 아파트 선택사양을 넘어 예상보다 빠르게 기본 필수 사양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사업 수주와 인허가, 입주민 안전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결국 관건은 이런 기술을 얼마의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다. 기후 대응을 위해 공사비와 분양가가 크게 오른다면 기술을 개발하고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GS건설은 해법을 개별 세대의 고가 첨단설비보다 단지 전체가 공유하는 외부 공용부에서 찾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권 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도출된 핵심 솔루션들은 특정 세대나 실내 국소 공간에 고비용 하이테크 설비를 들이는 방식이 아닌 투입 비용 대비 가장 높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단지 외부 공용부 인프라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별 가구당 분담하게 되는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