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정련소에서 생산된 구리 판. (사진=AFP)
당장의 불씨는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제된 구리 수입까지 관세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몇 주째 가격을 밀어 올렸다. 미 정부는 가공 전 구리 덩어리에 내년부터 15% 관세를 물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미국 안에서는 관세를 앞두고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몰렸고, 그만큼 미국 밖 재고는 부족해졌다. 올해 들어 수십만톤이 미국으로 실려 간 것으로 전해진다.
구리는 산업 전반에 두루 쓰여 경기의 방향을 미리 일러준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번 오름세는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로 읽기 어렵다. 세계 전체 재고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관세를 피하려는 물량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나머지 지역이 마르고 있어서다. 크리스티안 시푸엔테스 세스코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종 수요가 과도하게 늘었다기보다 관세로 금속 재고의 위치가 이동한 영향이 크다”며 “글로벌 수요 초과라기보다 특정 지역의 공급 부족에 가깝다”고 말했다.
공급 차질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2위 생산 규모인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은 지난해 사고 이후 조업 재개가 늦어지고 있다. 중동산이 일정 비중을 차지하는 황 공급에 대한 불안도 가시지 않아, 구리 제련 일부 공정에 필요한 황산이 모자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리 광석을 녹여 금속 덩어리로 만드는 가공비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감산 관측이 강하다.
수요 쪽에서는 AI가 변수로 떠올랐다. 구리는 AI 확산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의 송전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쓰기 때문에 서버를 잇는 전선뿐 아니라 발전 설비와 송전선, 변전소까지 함께 늘려야 한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AI 기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구리에도 매수세가 쏠리기 쉬운 이유다.
더 근본적으로는 오래된 대형 광산들이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전력망에서 쏟아지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구리 강세론자들이 수년째 지적해온 대목으로, 지난 1년간의 가격 상승을 떠받친 배경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이런 구조적 요인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최근에는 단기 요인들이 전면에 부상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