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지옥 ‘40년 구축’의 변신…골조만 남기고 싹 바꾼 모습은[르포]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0일, AM 09:02

[성남=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에 들어서자 단지 중앙을 채운 녹지와 시원하게 물이 흐르는 인공폭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1984년 준공한 둔촌현대1차는 대다수 구축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이 없어 단지 내에 차량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던 곳이다. 포스코이앤씨가 리모델링하면서 40년 된 구축은 신축 아파트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단지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단지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은 주차장이다. 지상을 채웠던 차량은 새로 만든 지하 2개 층 주차장으로 옮겨갔다. 주차공간은 368대에서 703대로 약 두 배 늘었고 엘리베이터도 지하 2층까지 연장해 주차장에서 세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이 빠진 지상은 조경과 휴식공간으로 채웠다. 인공폭포 앞에는 냉난방이 가능한 티하우스를 만들었고 제주 팽나무와 대형 소나무를 심었다. 별동으로 증축한 신축동 하부에는 독서실과 도서관, 스크린골프장 등 기존에 없던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섰다.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티하우스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티하우스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세대 내부의 변화는 더 컸다. 원래 방 3개·욕실 1개였지만 건물을 앞뒤로 수평 증축하면서 알파룸을 포함해 방 4개·욕실 2개로 진화했다. 안방에는 부부욕실과 드레스룸, 파우더룸이 새로 생겼다. 기존 498가구였던 단지는 별동 증축을 통해 572가구로 늘어났다.

기존 골조를 유지하면서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밀한 시공이 필요하다. 포스코이앤씨는 3차원(3D) 스캐닝으로 기존 구조물의 위치와 치수, 변형 등을 파악한 뒤 건축정보모델링(BIM)으로 구현해 새 구조물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오차를 줄였다. 지하주차장 신설에는 기존 건물을 유지한 채 지하를 굴착하는 역타 방식을 적용했다. 늘어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벽체, 슬래브 등도 보강했다.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주차장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주차장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완공된 둔촌포레가 리모델링 결과물이라면 이날 먼저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 느티마을4단지는 그 과정이 한창이었다. 1994년 준공한 이 단지는 2023년 이주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현장에서는 기존 발코니와 복도 등을 뜯어낸 골조에 새로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붙이는 작업과 세대 내부 마감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리모델링을 마치면 기존 1006가구는 1149가구로 늘어난다. 2베이였던 평면은 최대 4베이로 바뀌고 주차공간은 601대에서 1966대로 3배 이상 증가한다.

직접 들어가 본 기존 전용 58㎡ 세대에는 발코니를 철거한 자리 너머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앞쪽으로 약 2.5m를 늘리는 등 수평 증축을 통해 전용면적은 66㎡로 넓어진다. 기존 방 3개·욕실 1개였던 구조는 욕실이 2개로 늘어난다. 단지는 내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리모델링은 마친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내부 모습. 기존에 없던 알파룸이 새롭게 생겼다.(사진=김은경 기자)
리모델링은 마친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내부 모습. 기존에 없던 알파룸이 새롭게 생겼다.(사진=김은경 기자)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관련 기술과 수주 실적을 쌓아왔다. 현재까지 46개 단지에서 14조3000억원을 수주해 점유율 39%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 현대건설은 15개 단지·5조1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2조700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리모델링은 특히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노후 단지에서 대안으로 꼽힌다. 재건축은 통상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단지를 대상으로 추진되는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 20년 미만 범위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한 연한이 지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분당 느티마을4단지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분당 느티마을4단지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안전진단의 성격도 다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골조를 재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 안전성이 사업의 전제가 된다. 리모델링은 모든 평가항목이 B등급 이상이면 수직증축이 가능하고, 한 항목이라도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증축형 리모델링이 어렵다. 반대로 재건축은 시설물 안전등급이 D·E등급이면 재건축진단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사업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한 뒤 용적률 범위 안에서 새로 짓기 때문에 이미 용적률을 높게 사용하고 있는 단지는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분당 등 1기 신도시처럼 고용적률 단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기부채납 등을 감안하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물량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 가구 수의 15% 이내로 제한돼 다른 정비사업보다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미분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분당 느티마을4단지 전경. 기존에 없던 지하주차장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분당 느티마을4단지 전경. 기존에 없던 지하주차장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친환경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기존 골조를 재사용해 철거와 자재 사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포스코이앤씨 실증 분석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철거·자재 생산·시공 단계에서 재건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3~53% 줄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하면 내진성능이 보강되는 등 구조 안전성도 강화된다”며 “재건축이 제도적 제약 등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단지에서는 리모델링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단지 전경.(영상=김은경 기자)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단지 전경.(영상=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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