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토큰증권발행(STO) 시대가 오는 2027년 2월부터 본격 개막하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규제샌드박스로 초기 시장을 개척했던 기존 STO 기업들은 인가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오히려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TO 시대 개막…대응 나선 증권사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오는 2027년 2월부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 방식의 비상장주식부터 토큰화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부동산이나 음원 등 비정형 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토큰증권 시장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특히 기존 증권업 인가를 보유한 증권사는 인가받은 업무 범위 안에서 별도의 추가 인가 없이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다. 토큰증권이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니라 증권을 발행·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토큰증권을 중개하거나 유통하려면 증권의 종류와 거래 방식에 맞는 투자중개업 또는 장외거래소 인가가 필요하다.
대형 증권사들은 제도 시행에 맞춰 발행·원장관리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관련 사업자들에게 발송했다.
해외 블록체인 기업들과 손을 잡은 증권사들도 있다. KB증권은 캔톤네트워크와, 한화투자증권은 아발란체와 각각 협업하기로 한 상태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공동 인프라를 선택했다. 코스콤은 현재 키움증권과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 12곳과 토큰증권 공동 발행 플랫폼 'KoSTO'를 구축하고 있다.
KoSTO는 각 증권사가 별도로 분산원장과 발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공동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한 서비스다. 토큰증권 발행과 원장 관리,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 기관과의 연계를 표준화해 증권사의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조각투자 업체들은 '위기'…정작 시장에서 밀려나
문제는 제도화 이전부터 시장을 개척해 온 조각투자 업체들이 정작 제도권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은 지난 2월 조각투자증권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금융위는 넥스트레이드 주도의 NXT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컨소시엄에만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자체 플랫폼에서 부동산 수익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인가받은 장외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현재와 같은 자체 유통 방식은 유지하기 어렵다. 향후 루센트블록이 발행한 증권도 인가받은 장외거래소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
또 제도화가 늦어지면서 적자 규모가 커진 혁신 기업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금융위가 2023년 2월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기까지 3년 7개월이 걸렸다.
부동산 조각투자 1세대 기업인 펀블은 지난 5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펀블은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5000원 단위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제도화 과정에서 신설된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취득하지 못했다.
해당 인가는 비금전신탁 기반 조각투자 사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이른바 일차적 라이선스였다. 자기자본 10억 원 이상이 요구됐지만 펀블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역시 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기업인 카사코리아도 지난 2023년 대신증권에 인수됐지만 이후 영업손실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다. 결국 카사코리아도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보유한 부동산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시장 개척했는데 경쟁력 줄어들 가능성도…"증권사와 협업하겠다"
기존 조각투자 업체들의 경쟁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방향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자기자본 40억원과 전문인력, 내부통제 및 전산설비 등 요건을 갖춰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하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으로 만들 수 있는 기초자산도 확대된다. 금융위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여러 자산을 묶어 하나의 증권으로 발행하는 '풀링'을 허용하고, 장래매출채권 등 미래 수익과 연계된 자산도 토큰화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조각투자 기업의 자산 발굴 경험, 상품 설계 사례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본력에 고객 기반까지 갖춘 증권사나, 다양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직접 토큰증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기업들은 우선 증권사와 협업하며 발행 사례부터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나 다른 비금융 기업의 진입으로 경쟁력을 잃기 보다는, 보완 관계가 되겠다는 것이다.
조각투자 업체 관계자는 "기존 조각투자 기업들은 발행에 대한 총괄적인 계획과 구조를잡고, 증권사가 투자자 계좌 관리나 토큰증권 원장 제공을 맡는 식으로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