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 2.0 그쳐선 안 돼"…전문가 10인이 꼽은 'K-STO' 성공 조건

재테크

뉴스1,

2026년 September 13일, AM 07:13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오는 2027년 2월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개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폐쇄형 블록체인과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설계한 초기 시장을 과감하게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기존 전자증권을 블록체인에 옮겨 기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려면 서로 다른 분산원장(블록체인)을 연결하고,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해외 시장과의 연결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 인프라를 빠르게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분산원장 단절 해결해야…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도 명확히"
13일 뉴스1이 증권업계와 학계·연구기관의 전문가 10명에게 금융당국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상당수는 폐쇄형 블록체인과 원장 간 단절을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 따르면 당국은 같은 종목의 토큰증권을 하나의 분산원장(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만 발행·유통하도록 하고, 발행 후 다른 분산원장으로 일부 또는 전부를 옮기는 것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당국이 제시한 토큰증권 분산원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증권의 발행 기반이 될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예탁원과 증권사 등 계좌관리기관만 원장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총괄은 "(이번 정책방향에서) 토큰증권 상품군을 정형증권까지 확대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증권사와 예탁결제원 등 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서 토큰화가 이뤄지면 기존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어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당국이 상호운용을 허용하더라도 이미 증권사별로 분산원장을 구축해뒀기 대문에 시장 확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시장 초기 상호운용을 막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다.

한국투자증권 담당자는 "증권사들이 각자 분산원장을 구축하고 있어 인프라와 활용 기술이 다 다른 상황"이라며 "새 시장으로 성장하려면 서로 호환되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으로 인한 문제도 있지만, 추후 기술적인 문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법적 책임에 관한 의견도 나왔다. 블록체인 상 스마트콘트랙트의 코드 오류로 토큰증권 발행이나 권리 이전 등이 잘못 처리될 경우 발행 업체와 계좌 관리 기관,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운영자 중 누가 투자자 손실을 책임질지 법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마트콘트랙트 오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불명확하면 기술 표준을 잘 만들어도 시장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제도의 틀 안에만 가두면 거래 비용만 비싸진 '전자증권 2.0'에 머물 수 있다"며 "스마트콘트랙트에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경우 원장 간 이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뿐 아니라 활발한 유통이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 강병하 메리츠증권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비정형자산을 기초로 한 증권이 장외거래소뿐 아니라 상장거래소에서도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양한 투자자의 매수·매도 주문을 유도하고,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높여야 투자자가 원활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현 신한투자증권 AX본부장은 비정형증권은 공모를 활성화하고, 정형 증권은 담보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비정형증권의 공모 기반 확대를 위해선 국회에 계류 중인 비금전재산 신탁 수익증권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정형증권과 관련해서 한 본부장은 "토큰화한 MMF나 채권이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증거금 등 기관 간 거래에서 담보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장 성패는 무엇을 토큰화하느냐보다 토큰화한 자산을 실제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반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 1단계→2단계 기준·시점 확립해야…안정성 검증은 필수적
기관·사모상품 중심의 1단계에서 공모 주식·채권·펀드 등을 허용하는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였다. 1단계에서 검증할 요건들을 정하고, 검증이 이뤄지면 2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당국은 기관오는 2027년 2월부터 '1단계로' 토큰화가 가능한 자산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 방식의 비상장주식이라고 밝혔다. 2단계에는 공모 주식·채권·펀드 등으로 자산군이 확대될 예정이지만 시점과 기준은 미정이다.

한 본부장은 "1단계에서는 분산원장 장애와 거래 오류에 대한 복구체계, 권리 관리의 정확성,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뿐 아니라 실제 거래량과 시장 수요, 비용 절감 효과도 확인해야 한다"며 "날짜가 되면 2단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다음 단계로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윤영 한화투자증권 디지털자산리서치팀장은 "1단계에서 대규모 계좌 관리와 권리 행사, 스마트콘트랙트 안정성, 장애 대응을 검증해야 한다"면서도 "전환 시점을 완전히 열어두기보다 1단계 시행 후 일정 기간 안에 평가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2단계로 넘어간다는 목표 시점은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수년간 실험한 만큼 시장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도 시행 이후 다시 장기간 실험하기보다 녹색채권이나 신용도가 높은 기업의 회사채 등 위험도가 낮은 상품부터 일반 투자자에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투자자 보호 효과가 불분명한 연간 투자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모 시장 확대에는 수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강민훈 NH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 대표는 "공모상품은 수요예측과 청약, 공모가격 결정 등 여러 절차가 뒤따른다"며 "기존 전자증권과 토큰증권으로 동시에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양쪽 시장의 수요를 어떻게 합산할 것인지도 새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연결에는 이견 없어…퍼블릭체인 허용·스테이블코인 결제 '필수'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나아가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해외 시장과 연결돼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 간 이견이 없었다. 해외 시장과의 연결을 위해선 퍼블릭 블록체인을 발행 네트워크로 활용하고,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황석진 교수는 "국내 표준을 먼저 운영한 뒤 글로벌 표준에 맞추는 방식은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설계 단계부터 법적 권리의 상호 인정과 분산원장 간 호환,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국경 간 결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현 본부장도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을 확보한 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유통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로 넘어가야 한다"며 "연결할 길이 열려 있지 않으면 상품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국내 시장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민훈 대표는 "외국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국내 토큰화 MMF 등에 투자하려면 이를 매개할 결제수단이 필요하다"며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할지보다 자금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결제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군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주식은 구조가 복잡해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외에서 활용도가 높은 ETF나 펀드, 국채 등은 속도감 있게 토큰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상품군 확대와 퍼블릭 블록체인 허용 순으로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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