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예약금'은 되는데 '임장료'는 안되는 이유[부동산 인사이트]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6일, PM 02:3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근 식당을 예약하다 보면 예약금을 받는 곳이 종종 있다. 예약을 해 놓고 가지 않는 일명 ‘노쇼’가 문제가 되자 식당들이 방어권 차원에서 예약금을 도입한 것이다. 예약금 취지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지 예약금 제도는 큰 저항감 없이 통용되는 듯하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보여주는 대가로 임장료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는 반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임장료는 중개를 할 때 거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2만~3만원의 비용을 받는 것이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중개수수료를 낼 때 임장료 만큼을 덜 내도 된다. 식당의 예약금하고 비슷한 구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히 매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비용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한다. 마치 옷 가게에서 옷을 사기 위해 옷을 입어보는데 돈을 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공인중개사들도 터무니 없는 입장은 아니다. 중개사가 임장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실제 거래 고객이 아닌 부동산 투자 공부를 위해 방문하는 임장크루가 영업 활동에 방해가 되고 있어서다.

공인중개사들은 매물 탐색부터 현장 안내, 입지 분석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거래를 중개한다. 그런데 정작 거래 목적이 아닌 임장크루들이 황금시간대인 주말에 집중 방문해 중개사들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 그 시간에 실제 거래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을 응대하지 못할 수 있으니 기회비용을 잃어버리게 된다. 시간도 빼앗기고 영업활동에도 지장을 받으니 중개사가 임장료라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걸 이해할 만 하다.

이런데도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임장료 자체에 대한 반감보다는 중개사에 대한 불신이 커 보인다. 임장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중개사가 별로 하는 일 없이 고액의 수수료만 받아 챙긴다는 얘기가 많다.

중개사들이 임장료를 받고 싶다면 임장료의 정당성보다 중개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공제한도 상향이다. 공인중개사가 중개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를 대비한 공제제도는 소비자 보호의 핵심 장치다.

법정 보장금액이 2023년부터 개인 2억원, 법인 4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6억원을 넘어섰다(KB국민은행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는 점을 감안하면 보장 한도가 충분하지 않다. 이를 상향해 중개사가 책임을 더 무겁게 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소비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다.

또 하나는 허위매물 문제다. 소비자가 중개사를 가장 불신하는 행태 중 하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거래가 불가능한 매물을 광고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어렵게 시간을 내 현장을 찾았는데 매물이 이미 거래됐거나, 광고와 실제 조건이 크게 다르다면 임장료는커녕 중개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이미 공인중개사협회 등을 통해 허위매물 관리와 근절 캠페인,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긴 하나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더욱 더 강도 높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매물 등록 인증제와 클린증개사무소 인증제, 허위매물 신고 처리 결과 공개 등을 추진해 볼 수 있다.

결국 임장료 도입의 관건은 거래의 투명성과 서비스의 질이다. 공인중개사 업계가 임장료를 정당한 서비스 비용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과 책임을 먼저 높여야 한다. 임장료 논쟁이 단순한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끝나지 않고, 부동산 중개시장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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