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의결권 있어야 '진짜 주식'…美 SEC, 토큰화 주식 빗장 풀었다

재테크

뉴스1,

2026년 September 18일, AM 11:19


미국이 단순히 주가를 따라가는 상품이 아닌 배당과 의결권 등 실제 주주 권리가 담긴 '토큰화 주식' 거래에 빗장을 풀었다. 기존 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옮기면서도 주주로서의 권리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등장했던 주가 추종형 토큰과 달리 실물 주식과 연결된 토큰의 온체인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전통 증권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경계가 한층 흐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증권 거래 플랫폼에 향후 5년간 조건부 규제 면제를 적용하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제도를 내놨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토큰화증권거래소(TSV)는 기존 증권거래소에 적용되는 일부 등록 의무 등을 면제받고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의 온체인 거래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주가 추종 토큰은 제외…배당·의결권 갖춰야
이번 조치는 미 상원이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에 실패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SEC가 의회의 입법과 별개로 기존 법률에 따른 권한을 활용해 토큰화 증권 시장의 제도화에 나선 셈이다.

이번 조치에서의 핵심은 SEC가 규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토큰화 주식의 범위를 실제 주식 소유권과 주주 권리에 연결된 상품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토큰화 주식 투자자는 기초자산인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뿐 아니라 배당과 의결권 등 기존 주식 투자자가 갖는 표준적인 주주 권리를 제공받아야 한다. 예컨대 애플 주식을 토큰화했다면 해당 토큰은 애플 주가를 단순히 추종하는 별도의 가상자산이 아니라 실제 애플 주식에 대한 권리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주식 가격만 따라가도록 설계된 합성증권 토큰은 이번 규제 특례에서 제외됐다. 기초주식에 대한 실질적인 주주 권리 없이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만 구현하는 증권기반 스왑이나 이른바 '래퍼(Wrapper)' 형태의 상품은 토큰화 주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는 그동안 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 '토큰화 주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일부 상품과도 차이가 있다. 특정 기업의 주가와 연동돼 거래되더라도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주주 권리를 갖지 못하거나 배당·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는 상품들이 존재했다.

SEC가 실제 주주권과 연결된 토큰에 규제 특례를 적용하면서 토큰화 주식 시장의 무게중심도 단순한 '주가 추종 상품'에서 기존 증권 자체를 블록체인상으로 옮기는 '증권의 온체인화'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MM·유동성 풀 허용…'24시간 주식 거래' 성큼
거래 방식 역시 기존 증시와 달라질 수 있다. SEC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TSV가 스마트컨트랙트와 자동화 시장조성자(AMM), 유동성 풀 등을 활용해 토큰화 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매수·매도 주문을 거래소의 호가창에서 연결하는 전통적인 방식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공급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거래를 자동으로 체결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방식을 증권 거래에도 접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 거래시간 자체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미국 자본시장이 24시간 거래 확대를 향해 가고 있다"며 "토큰화 기술이 이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와 결제가 확산될 경우 기존 거래소 운영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거래뿐 아니라 보다 신속한 결제와 실시간 자산 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 발행사가 직접 자사 주식을 토큰화하는 방식뿐 아니라 제3자가 기존 증권을 토큰화하는 것도 일정 조건 아래 허용된다. 다만 제3자가 상장사의 주식을 토큰화하려면 해당 기업에 사전에 계획을 통보해야 하며 기업이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기업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사 주식의 토큰화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시큐리타이즈 주가 급등…업계 기대 속 시장 분절 우려도
이에 따라 향후 기존 증권사뿐 아니라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자들의 미국 토큰화 주식 시장 진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빈후드와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토큰화 실물자산(RWA)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의 주가는 SEC의 혁신 면제 조치가 알려진 뒤 장중 20% 넘게 급등했다. 시큐리타이즈는 상장기업과 직접 협력해 주식을 토큰화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제도 변화의 수혜 가능성이 있는 업체 가운데 하나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로빈후드도 SEC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한 케르브라트 로빈후드 크립토 총괄은 "현명한 규제는 혁신을 가속할 수 있다"며 이번 혁신 면제가 토큰화 상품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토큰화 주식 시장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증권시장의 거래가 여러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 분산되면 시장 유동성이 쪼개질 수 있고 거래가 적은 시간대에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SEC가 이번 혁신 면제를 영구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향후 5년간 적용되는 한시적 특례로 설계한 것도 이 같은 위험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량과 취급 종목 등에 제한을 둔 채 온체인 증권시장의 가능성과 위험을 시험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규칙 마련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혁신 면제를 통해 특정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촉진함으로써 미국 자본시장을 디지털 시대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온체인 시장이 향후 자본시장 발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경로로 남으려면 장기적인 규칙 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yellow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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