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돼도 첩첩산중"… 산 넘어 산 '지식산업센터 주거 전환’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PM 05:14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수도권 주택난 해결을 위해 지식산업센터의 주거시설 전환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을 통해 지식산업센터 주거 전환을 주요 수단으로 제시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입법 지원이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실 해소와 주택 공급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의 복잡한 난맥상 탓에 사업이 원활하게 실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과 관련한 가장 큰 걸림돌은 특유의 집합건물 소유 구조와 주거 환경 문제다.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오피스와 달리 다수의 구분소유자로 구성되어 있어, 건물 전체나 공용부분의 용도를 변경할 때 개별 소유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건물 내에 기존 산업 시설과 주거 시설이 혼재할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단순한 호실 단위의 용도변경만 이뤄질 경우 차량 및 보행 동선이 겹치고 소음, 주차, 피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정한 주거환경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맹목적인 전환을 경계하게 하는 요인이다. 2026년 2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6.5% 수준으로, 주거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인 뉴욕 맨해튼(19.3%)이나 워싱턴 D.C.(22.2%) 등과 비교해 크게 낮은 편이다. 업무시설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용도의 경쟁력을 고려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선 ‘실행력’이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서는 소유자 5분의 4 동의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현행 제도와의 엇박자가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시행 중인 국토계획 및 주차장법 관련 오피스텔 전환 특례는 2027년 말까지 신청하는 사업으로 기한이 한정되어 있다. 다수 소유자의 동의를 얻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하면, 5년간 효력을 갖는 특별법안과 적용 기한이 어긋나 사업 추진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현행 규제 완화 특례와 특별법 간의 촘촘한 제도적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물의 물리적 특성과 입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광범위한 주거 전환은 주거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평면 구조와 채광, 기존 업무시설로서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환할 수 있는 건물’보다 ‘전환하는 것이 적절한 건물’을 선별하는 맞춤형 지원 체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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