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시장에서는 대통령의 진단과 실제 체감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은 하락하고 있지만 서울 전체로는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중저가 지역과 전월세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를 당장 풀기 어렵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시장을 안정 과정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당장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대출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과 공급·세제를 포함한 현재 정책 조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공급이 당장은 없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대출 규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수도권 집값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채 대표는 “체감이 되지 않는 공급에 집착하면서 세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다 보니까 악영향이 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공급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제까지 적극 활용하는 현재 정책 조합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대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채 대표는 “‘생산적 금융’ 기조에서 자산금융은 비생산적 금융이라 앞으로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인식이 있는 만큼 대출 등 수요 완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강남 하락을 ‘평탄화’로 봤지만…시장 진단은 엇갈려
정부가 보는 시장 안정 신호와 실제 시장 흐름 사이에도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낮게 돼 있는데 여기(강남)는 내리고 여기(외곽 등)는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며 최근 강남권 집값 하락과 외곽 지역 상승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6주 연속 하락했고 송파구도 2주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84주 연속 상승해 역대 최장 상승 기간인 85주에 근접한 상태다. 중랑·도봉·노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의 상승세가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하락을 곧바로 시장 안정의 신호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없고 그대로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의 하락은 거래 절벽으로 인한 통계의 왜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재고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시장 진단과 정책 방향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본인의 책임을 외면한 채 남의 이야기하듯 답변이 이어졌다”며 “공급은 없는 상황에서 세금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은 시장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불안은 전월세”…정책 사각지대 지적
현재 정책 논의에서 매매시장보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더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주 물량 감소뿐 아니라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규제 등으로 기존 임대주택의 공급까지 줄어들면서 전월세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지금 앞으로 가장 불안한 부분은 전월세 시장 불안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입주 물량 부족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입주 물량뿐 아니라 기존 매물까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 위원은 전세퇴거자금 대출과 전세대출, 실거주 의무, 다주택자·임대사업자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에서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구멍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물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의 주택 매수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는 분명히 하더라도 서민에게 필요한 정책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며 “서울 정비사업 규제를 풀지 않겠다면 공공에서라도 임대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리는 등 정책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