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그의 청약가점은 84점 만점에 40점대에 불과했다. 그 점수로 서울 아파트 청약 문을 7차례나 두드렸다. 내 집 한 채 마련하려 애쓰는 평범한 무주택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전세는 누군가에게 여전히 월세 부담을 덜고 자산을 모아 내 집으로 건너가는 사다리다. 위험을 줄이는 것과 그 기능을 인정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정책이 국민의 실제 주거 경로보다 앞서 답을 정하면 선의와 현실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규제를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었다. 홍 후보자는 연말 종료 예정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두고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면서 “모든 정책에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기계적으로 방어하기보다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보겠다는 답이다.
현실 감각 못지않게 필요한 건 ‘정책 감수성’이다. 용산 반환부지 활용은 도심에 미래세대의 집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용산공원을 훼손해 아파트를 짓는다’는 논란으로 번졌다. 홍 후보자는 “서울시와의 협의, 그리고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했다.
지난달 여당 중진 의원이 제안한 폐버스 개조 ‘버스 하우스’도 비슷한 교훈을 남겼다. 정책 감수성은 정책을 내놓은 뒤 잘 설명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 전에 정책 대상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헤아리는 능력이다.
이 점에서 홍 후보자에게 기대할 대목이 있다. 적어도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전세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말했고 규제에서는 시장의 반응을 보겠다고 했다. 용산에서는 공감대를 앞세웠다.
정부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려 하지만 국민은 그 정책 안에서 살아간다. 집은 국민에게 전 재산이자 삶의 터전이며, 이념이 아닌 현실이다. 21일 국회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아파트 청약 문을 두드리던 20년 전세 세입자의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