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만으론 부족…전월세 안정 위해 정책 전반 재검토해야”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05:1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매매와 전세·월세까지 수도권 주택 시장의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면서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규제 등으로 기존 임차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가운데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기존 임대매물 축소가 겹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와 함께 기존 임대주택의 이탈을 줄이고 매매와 임대차 간 주거 이동을 원활하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8·3 세제개편안 발표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급매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8·3 세제개편안 발표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급매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월세 시장이 위축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입주 물량 감소”라며 “대출 규제와 실거주 강화로 인해 회전이 안 되고 전세에 남아 있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신규 입주 물량뿐 아니라 기존 매물 회전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시장 위축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줄어드는데 대출 규제와 실거주 강화 등으로 전세 물건은 줄고 가격이 뛰고 있다. 그럼에도 전세에서 매매로 이동하지 못한 수요가 시장에 남은 데다 결혼·독립에 따른 가구 분화와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임차 수요가 누적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현재 전월세 시장은 일단 수급 불균형이 제일 문제”라며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함께 매각·실거주 전환 등으로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임차 매물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새로 공급되는 주택뿐 아니라 기존 임대주택도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했던 주택이 매매 후 실거주용으로 바뀌거나 주택 매각을 위해 공실로 전환되면서 임대 재고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임대사업자 물건이 매매 거래가 되면 실거주로 바뀌지 않느냐”며 “매물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세입자가 있는 주택보다 공실 상태의 주택이 매각에 유리해 매매 과정에서 전월세 매물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매물 감소는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 연구원은 “월세화가 되다 보니까 순수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전세 가격이 올라가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월세 가격이 또 올라가는 사이클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매매시장 규제와 전월세 정책을 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거주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대주택이 줄고 세입자의 이동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책 설계 단계부터 임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대대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예로 들며 “정부는 토지거래 허가를 실수요자 입주라는 명분으로 하지만 거기서 살고 있는 세입자가 밀려나는 데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며 “전월세 세입자 입장에서의 정책이 없는 것으로 토허구역 해제 등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급 확대만으로 당장의 전월세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공급계획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해서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이라는 게 당장 입주 물량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중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월세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공급 계획의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앞으로는 전세와 월세를 따로 봐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월세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게 가장 안타까운 것”이라며 “그만큼 저소득층 주거 안정은 갈수록 요원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6개월마다 공공주택 공급에 대한 사업 진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무주택 서민들이 어느 지역에 어떤 공공주택이 입주하는지를 확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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