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테크’ 그만, 아파트도 ‘얼죽신’…반포는 ‘프리미엄 2배’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6일, AM 12:02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 공급 가뭄이 가시화되면서 이른바 ‘얼죽신축(얼어 죽어도 신축)’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되자 준공 연한에 따른 가격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후 단지를 매입해 재건축을 기다리는 수요가 꺾이고, 주거 쾌적성을 즉시 누릴 수 있는 신축 아파트로 매수세가 쏠리는 모양새다.

26일 이데일리가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수요층이 두터운 국민평형(전용면적 80㎡ 이상 ~ 85㎡ 미만) 기준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19억2343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준공 20년이 넘은 동일면적 구축 아파트의 평균가는 11억589만원에 그쳤다. 신축 아파트가 구축보다 8억 원 이상 높은 시세를 형성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평(3.3㎡)당 평균 매매가격에서도 신축은 평당 6735만원을 기록한 반면 20년 이상 구축은 4727만원에 머물렀다. 2023년 신축과 구축간 평당 평균 매매가격이 5449만원과 4264만원으로 격차가 27.8%였던 것을 고려하면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신축과 구축의 가격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자치구별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한강과 접하고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고급주거단지이거나 노후 단지가 많은 지역일수록 가격차가 벌어졌다.

신축 프리미엄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곳은 서초구였다. 서초구의 신축 아파트 평당 평균 가격은 1억8419만원으로 나타났으나 20년 이상 구축은 9070만원으로 두 배이상 벌어졌다. 반포 일대 하이엔드 브랜드와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신축 대단지들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 반면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단지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강북권 역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신축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뉴타운 등으로 주거 환경이 정비된 마포구 등에서는 신축 단지가 평당 9456만원의 실거래가를 기록하며 시세를 리딩하고 있지만, 인근 노후 단지들은 5557만원에 머물며 가격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축 쏠림 현상의 이면에는 재건축 사업성 악화가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등 친환경 건축 규제가 강화된데다 원자재가 급등으로 평당 공사비가 1000만 원을 돌파하면서 억대의 재건축 분담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재건축을 기대하며 불편을 감수하기보다는, 이미 최신 커뮤니티 시설과 평면이 갖춰진 신축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별 특수성에 따라 예외적인 흐름도 관찰된다. 한강변 일대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용산구의 경우 정비사업 기대감이 시세에 선반영되며 국민평형 기준 구축 평당가가 8256만원을 기록하며 7061만원에 그친 신축을 역전했다. 성동구와 송파구 등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남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신흥 부촌 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구축 아파트 가격으로 선반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축 공급 자체가 희귀한 도봉구 등 서울 외곽 지역도 기존 대단지 구축 아파트들이 실수요를 받쳐주며 가격을 방어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축 쏠림과 가격 격차 고착화가 서민·실수요자들의 ‘주거 상향 이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축을 매도하고 대출을 보태 신축으로 갈아타던 전형적인 징검다리 주거 사다리가 8억원에 달하는 가격 벽에 부딪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 주택 공급 절벽이 예상되면서 신축 아파트가 희귀재화되며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며 “규제 강화로 조합원 분담금이 느는 등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신축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