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화폐와 1대1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결제·정산에 활용하려면 가격 안정이 핵심이지만 준비자산 확보만으로 가격 왜곡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초기 유통량과 유동성 공급 등 유통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일본 엔화와 가치가 연동된 JPYC'는 지난 17일 업비트 상장 직후 37.6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원·엔 환율을 반영한 적정 가격은 약 8.8원으로, 국내 거래 가격이 기준가격의 4배를 웃돌았다.
JPYC 가격이 오른 것은 엔화 가치나 준비자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거래소에 공급된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수 주문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가격이 왜곡된 영향이다. 이후 일본에서 개당 1엔에 발행된 JPYC가 업비트로 유입되고 신규 발행량이 급증하며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같은 날 업비트에 상장된 달러 스테이블코인 'PYUSD'도 1379원에서 176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360원대로 하락했다. JPYC만큼 상승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상장 초기 유통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달러 스테이블코인도 기준가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빗썸에서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EURC'가 7860원까지 급등했다. 전일 종가 1513원보다 400% 이상 높은 가격이다. 국내 거래소의 얕은 유동성과 단기간 매수 주문이 가격을 왜곡한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가격은 발행사가 보유한 준비자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발행사가 법정화폐를 받고 코인을 발행하거나 코인을 돌려받고 법정화폐를 지급하는 1차 시장과,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2차 시장이 원활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가격 불안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정산에 활용할 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가맹점이나 결제 사업자가 받은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에서 매도할 경우 위험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는 발행 주체와 최소 자본금, 준비자산 등에 집중돼 있다. 준비자산은 자금 상환을 위한 핵심 장치지만 거래 시장에서 발생하는 단기적인 가격 왜곡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기 전 충분한 초기 유통량을 확보하고, 발행·상환이 원활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조성자(MM)나 유동성공급자(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해서 제시하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가격 괴리율 공시와 시장가 주문 제한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장치도 검토할 필요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별개로, 초기 유통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원화와 1대1로 설계된 자산도 거래 시장에서는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며 "해외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발행·상환과 유동성 공급, 시장 이상 상황에 대한 대응 기준을 제도 설계 단계부터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