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저금리', 現 '공급부족'…쏟아낸 규제까지 역대 최장 '불장' 만...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7일, PM 06:3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문재인 정부 당시 최장 상승 기록을 넘어섰지만 두 차례 상승기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상승세가 지방까지 번지며 전국적인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 반면 이번에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두 시기 모두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매수세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전문가들은 정권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규제에 따른 시장 반응과 공급 부족, 금리·유동성 등 경제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서울 강남 서초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표시 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강남 서초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표시 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최장 상승기인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85주 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18.83% 올랐다. 서울은 7.71%, 수도권은 21.07%, 지방도 16.73% 상승했다.

반면 이번 최장 상승기인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이달 셋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7.50% 올랐지만 전국 상승률은 3.93%에 그쳤다. 수도권은 8.97% 상승한 반면 지방은 0.71%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두 차례 장기 상승기의 공통점으로는 ‘풍선효과’가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 고가주택 대출 제한 등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거나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면서 상승세가 확산했다.

이번 상승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와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된 강남권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사이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규제가 집중된 지역은 수익 구조에 타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밀려난다”며 “강남에서 한강벨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규제 약발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자료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투기억제 대책 효과가 3~6개월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규제가 단기적으로 매수세를 억제하더라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세난에 서울 외곽 ‘껑충’…‘반도체’ 경기 남부 술렁

두 상승기의 차이점은 가격 상승세가 확산한 범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경기 의왕시 아파트값이 45.18% 올랐고 안양 동안구(40.60%), 시흥시(39.83%) 등 수도권 외곽에서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구 역시 40.03% 뛰면서 지방 주요 지역까지 상승세가 번졌다.

이 같은 전국적 상승세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방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됐고 규제를 피해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는 매수세까지 가세했다.

이번에는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제한되면서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에 상승세가 집중되고 있다. 서울 외곽에서는 공급 부족과 전세난이 매수세를 자극하고 경기 남부에서는 반도체 기업 사내대출 등 유동성 확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경기 남부에서는 삼성전자 사내대출 등으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최근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의 상승세는 유동성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세의 확산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진보정권=집값 상승?…“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

두 차례 장기 상승기 모두 진보정권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을 두고선 전문가 해석이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진보정권에서 규제 강화에도 집값이 올랐던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과 젊은층의 아파트 선호 현상에 통화량 팽창까지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권 성향보다는 금리와 유동성 등 경제 여건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역대 정부마다 주택시장 사이클과 경제 여건이 달랐고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규제 완화와 강화가 반복됐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이번에는 공급 감소와 전세난 등 수급 불균형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정권 성향과 집값 흐름이 반드시 일치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재임 기간에 해당하는 2013년 2월 셋째 주부터 2017년 3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5.22% 오른 반면 윤석열 정부 재임 기간인 2022년 5월 첫째 주부터 2025년 3월 다섯째 주까지는 4.27% 하락했다.

향후 집값 안정의 관건은 전월세 수급 불균형 해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실거주 중심 규제로 임대차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 중저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늘어나면 전월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창무 교수는 “지금은 매매시장보다 중저가 지역의 전월세 급등과 매물 감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다시 끌어올리고 외곽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중심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주택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주택의 임대차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위원은 “당장 신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값 상승세를 꺾으려면 규제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수밖에 없다”며 “규제 기조가 유지되면 전월세 매물 부족이 해소되기 어렵고 집값 상승 압력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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