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집값과 관련해 “최근 강남을 포함한 지역의 하락이 시작돼 계속 확산되고 있다”며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낮게 돼 있는데 여기는 내리고 여기는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다.
대통령의 설명대로 강남 집값은 내려가고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외곽 집값은 오르면서 서울의 지역별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긴 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상승했다.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86주 연속 상승으로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남(-0.56%), 서초(-0.33%), 송파(-0.19%) 등 강남 3구와 함께 이번 주 하락 전환된 용산(-0.01%)까지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서대문(0.41%), 성북(0.36%), 노원(0.34%) 등 중저가 아파트가 있는 곳은 가격이 올랐다.
집값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가 준다고 하니 뭔가 시장 질서가 잡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따져 보면 서울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것과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강남의 60억원짜리 아파트가 50억원으로 10억원 떨어지고 노원의 10억원짜리 아파트가 12억원이 됐다고 해보자. 그럼 두 아파트의 가격차는 50억원에서 38억원으로 줄어든다. 실수요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 입장에선 강남 아파트가 60억원이든 50억원이든 상관이 없다. 어차피 살 수 없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접근 가능한 10억원대 아파트 가격이다. 그런데 10억원 짜리가 12억원으로 올랐으니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다.
따라서 주택 정책에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아니고 비강남 아파트 가격이다. 이곳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이 보장될 수 있다. 정부는 평탄화를 얘기할 게 아니라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값이 왜 계속 오르는지 원인을 찾고 이를 풀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 대출 규제와 부동산 세제 개편이 주범이다. 정부는 15억원 이하 아파트에만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그 이상 아파트는 4억원(15억~25억원), 2억원(25억원 초과)까지만 대출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주택 구매 수요가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집중됐고 이 가격대에 있는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이 지역들이 바로 서민·중산층이 많이 사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다.
또 강남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커지니 강남으로 가려던 수요가 다음 지역인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으로 이동하면서 이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렸고 여기에 들어오려던 수요자들이 보다 낮은 가격대에 있는 노도강, 금관구로 몰리니 이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
두 정책 모두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목적이지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목적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때 ‘강남공화국’이란 말이 유행했다. 강남 집값이 너무 높아 아무나 들어갈 수 없어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대통령이 얘기한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면 서울 집값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면서 아마도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이 등장하기 전에 정부는 강남 집값 잡기가 아니라 비강남 집값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바꿔야 한다. 대출 규제, 세제 개편도 이런 취지를 담아 다시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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