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나흐르 빈 우마르 가스전. (사진=AFP)
이날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중동 군사력 증강 소식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단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병대 함정과 최대 1만명의 병력도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11월 말까지 중동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지난달 27일 예정된 임무 수행을 위해 샌디에이고를 출항했다. 현재 중동에는 USS 조지 H.W. 부시와 USS 조지 워싱턴이 배치돼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까지 합류하면 미군 항모 3척이 중동 지역에 전개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병력 증강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인지 주시하고 있다.
스콧 모델 래피던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방향은 확전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그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이후 군사행동을 확대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WSJ는 지난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11월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중동의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상황에서도 유가가 급등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주 호르무즈해협과 홍해 등 다른 수출 경로를 통해 중동에서 빠져나온 원유는 하루 약 2300만배럴로 지난해 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어렵게 회복된 원유 흐름이 추가 충돌로 다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하마드 후세인 캐피털이코노믹스 기후·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흐름 증가는 여전히 확전에 매우 취약하다”며 “약 6개월간 재고 감소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구조적으로 빠듯한 상태라는 점도 유가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원유 재고는 5억배럴 이상 감소했다. 중동의 혼란이 8개월째 이어지는 동안 각국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사용하면서 공급 완충장치도 약화됐다.
정제유 시장의 상황은 더 빠듯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면서 러시아는 대부분의 디젤 수출 금지 조치를 10월까지 연장했다. 이란과 후티 반군의 중동 정유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연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디젤 가격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갤런당 평균 6.40달러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정유업체들도 10월로 예정됐던 일부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이 자국 내 공급 확보에 나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유가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중동 원유 수출량 자체는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재고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이 다시 확대될 경우 공급 차질에 대응할 여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 미국의 추가 군사력 배치가 실제 확전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국제유가의 향방도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시민들이 ‘악마의 군대는 페르시아만에 수장될 것이다’라고 적힌 대형 반미 옥외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