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164만원"…전세 밀어낸 월세, 세입자들 '비명'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6일, AM 05:36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주택 임대차 시장 무게중심이 빠르게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체결된 임대차 계약 10건 중 7건 가까이가 월세를 낀 거래로 나타났다. 서울 역시 월세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아파트마저 월세 거래가 전세를 처음 앞지르면서 전세 중심이던 국내 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공지돼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공지돼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5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최근 10년간 주택 임대차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거래(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68.5%로 나타났다.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같은 기간 누계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세화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은 69.9%로 70%에 육박했고 지방은 71.0%로 이미 70%를 넘어섰다. 수도권도 67.2%에 달했다. 서울·수도권·지방 모두 통계 작성 이후 1~8월 누계 기준 역대 최고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전국 월세 비중은 2017년 43.2%에서 2018년 40.8%, 2019년 40.4%, 2020년 40.3%까지 낮아졌다. 이후 2021년 42.6%로 반등한 뒤 2022년 51.6%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2023년 55.0%, 2024년 57.4%, 지난해 62.2%에 이어 올해 68.5%까지 치솟았다.

주거유형별로 살펴보면 월세화 현상은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작은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에서 더욱 뚜렷했다. 올해 1~8월 전국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80.6%에 달했다. 수도권은 77.5%, 서울은 78.2%였다. 지방은 무려 87.6%로 임대차 거래 10건 중 9건 가까이가 월세였다.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이미 수년 전부터 빠르게 높아졌다. 전국 기준 2017년 48.8%였던 비중은 2022년 59.6%로 올라선 뒤 2023년 65.9%, 2024년 69.6%, 지난해 76.0%에 이어 올해 처음 80%를 넘어섰다. 서울 역시 2017년 50.6%에서 올해 78.2%까지 상승했다.

그동안 전세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했던 아파트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1~8월 아파트 월세 비중은 전국 52.7%, 수도권 52.1%, 서울 52.3%로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지방도 53.7%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의 변화 폭은 특히 크다. 2017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33.0%에 불과했다. 2020년에도 29.8%로 30%를 밑돌았지만 2021년 39.7%, 2022년 43.1%, 2023년 42.9%, 2024년 42.4%, 지난해 44.0%를 거쳐 올해 52.3%로 뛰었다.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동시에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월세 자체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1년 전 144만원보다 약 14%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60만원을 넘어선 것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거래 비중과 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원하는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가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면서 월세 수요가 커지는 구조다.

문제는 전세시장 불안이 임대차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월세화가 불가피한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과 함께 전월세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완충할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품귀 현상을 빚으며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없어 불안을 느끼는 젊은층이 비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매매로 선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품귀라는 공급 부족이 매매 가격을 자극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며 “전월세와 같은 주거 안정 없이는 매매 중심의 시장 안정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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