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파트에 검증 못한 자재 의무화?…공급 속도·품질↓"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7일, AM 11:21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에 관급자재를 의무로 쓰게 하자는 논의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건설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서울 아파트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7일 국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민참사업 관급자재 사용 의무화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논쟁이 있었다. 당시 중소기업계는 레미콘을 중심으로 관급자재 적용을 요구했다. 중기부도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 운영요령’을 고쳐 공동시행 공사까지 의무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결국 민참사업에는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사안이 반년 만에 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업계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의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참사업의 민간 건설사는 공사만 맡는 수급인이 아니다. 공사비를 직접 투입하고 설계·시공부터 분양, 하자관리까지 책임지는 공동시행자”라며 “대한건설협회도 국토교통부에 낸 건의서에서 민참사업은 판로지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법조계에서도 일반 공공공사에 쓰는 잣대를 민참사업에 그대로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권한과 책임이 어긋나는 문제도 심각하게 본다. 관급자재가 적용되면 자재는 발주기관이 정하지만 공기와 품질, 하자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건설사가 지는 구조를 문제삼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관급자재를 쓰고 있는 종합심사낙찰제 현장에서는 같은 문제가 되풀이돼 왔다. 레미콘·주방가구·석재 납품이 늦어지면서 후속 공정이 밀렸고, 하자가 생기면 자재 결함인지 시공 잘못인지 가리기 어려웠다”며 “민참사업에서는 이런 지연이 곧바로 공사비 증가와 입주 지연으로 이어지고 그 위험은 고스란히 민간 몫이 된다”고 꼬집었다.

민참사업 단지는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달고 분양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건설사들에게 브랜드는 설계와 마감재, 시공 기준,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품질 보증인 셈이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는 의무화가 현실이 되면 민참사업에서 아예 빠지겠다는 뜻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직접 검증하지 않은 자재를 의무로 써야 한다면 품질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며 “대부분이 민참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민참사업은 현 정부 주택공급 계획의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대형 건설사들이 손을 떼면 공급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레미콘 하나만 관급자재로 인정하면 현재 공공주택에 쓰이는 150여개 중소기업 적합 제품도 같은 대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판로를 보장해 주는 것만으로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이 실제로 높아졌는지 직접구매제도 자체의 성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판로 확대라는 취지에는 건설업계도 이견이 없지만 공공주택을 빠르고 좋은 품질로 공급해야 하는 지금 민참사업의 근간인 민간 자율성을 흔드는 방식으로 그 목표를 이뤄서는 안 된다”며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결국 사업 지연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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